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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 호흡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8년 08월 02일 14:50분4,655 읽음
살면서 낙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합니다. 즐거움이 있어야 되는데 하루하루가 무미건조하고 일상은 의미 없이 지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라는 옛말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하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래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고 또 사는 재미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을 보면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고 밤이 됩니다. 잠자리에 들어 오늘 하루 무엇을 했나 돌이켜보면 그냥 시간이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에 공허함이 밀려오고 때에 따라서는 불면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내가 해야 될 것들을 정확하게 알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은 서로 모순된 상태로 지냅니다. 그리고 목적이 없는 빈자리에는 충동이 자리 잡고 그 것에 지배 당합니다. 하루를 지내면서 충동이나 욕구에 지배당하지 않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분명한 목적을 갖고 움직였던 시간은 또 얼마나 될까요, 중요한 것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그 일을 할 때 즐거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내가 무슨 일을 해야 될지, 어떤 목적을 갖아야 되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호흡 수련을 통해 마음을 집중하면 생명이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은 이전의 생활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주는 즐거움을 모르고 있었지만 이제 알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실 우리는 거창하게 살기를 막연히 꿈꾸지만 즐거움은 아주 소소한 곳에 있습니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면 매우 기쁜 일이겠지만 그보다 더 기쁜 일은 내가 어떤 목적으로 살고 있으며 그 일을 하면서 지내는지를 아는 것이 더 큰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근본적인 욕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해야 될 일을 알고 그 목적을 위해서 살 수 있다면 삶 그자체가 기쁘고 즐거운 일이 됩니다. 아마도 로또에서 당첨된 돈은 그 다음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암환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마음과 몸이 따로 움직이는 모순된 생활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부모와 같이 사는 것이 매우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참고 버텨 왔던 생활이 자신에게는 가장 큰 암 발병 원인이자 스트레스였다고 고백하는 경우입니다. 몸과 마음의 모순된 상태를 알아차리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면 삶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호흡 수련은 내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주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행동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줍니다. 사람은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면 즐거움은 저절로 생기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 꾸준히 호흡법을 실천하면 세상을 보는 눈에 변화가 생깁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덥습니다. 겨울에는 눈이오며 춥습니다. 이런 당연한 것을 글로 쓰는 게 어쩌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나간 세월동안 아름다운 계절을 얼마나 제대로 보고 느끼며 살았는지 까마득합니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거나 보지 않고 우리는 항상 다른 생각을 하면서 모든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온전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습니다. 호흡 수련을 통해서 마음이 정돈되어 있다면 즐거운 것은 즐거운 대로 괴로운 것은 괴로운 대로 느낍니다. 마음이 정돈되지 않고 어지러워 있는 상태에서는 즐거움이 와도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정돈된 마음과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아름다우며 그런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움직입니다. 언제나 즐겁고 기쁜 것을 추구합니다. 눈을 돌려 조금만 돌아보면 즐거운 것들은 가득합니다. 문제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우리사회가 부유해지면서 돈을 바라보는 사람의 가치관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에 돈은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요즘의 돈은 즐거움을 사고팔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를 살면서 쓰는 비용 중에서 즐거움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무엇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되는지 알고 있다면 술과 마약처럼 후유증 없이 즐거운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숨 쉬는 것은 그 자체로도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고요함 속에서 마시는 들숨의 상쾌함은 매우 커다란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숨을 내뱉는 날숨도 즐거움을 줍니다.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그 가치를 발견하면 나의 생명이 주는 극치의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어디 좋은 일 없나 하며 밤거리를 어슬렁거릴 필요도 없으며 들숨과 날숨만으로 나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어떤 종교에서 인생을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고통을 알아야 기쁨도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만큼의 어둠이 있습니다. 들숨과 날숨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호흡 명상은 나의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여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연습입니다. 그래서 나와 세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저절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솟아납니다. 이것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에 있을까요.

월간암(癌) 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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