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언제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8년 07월 03일 10:50분4,698 읽음
2002년도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갔을 때 응원하던 문구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벌써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 같은 시간을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제의 일처럼 생생합니다.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는 단숨에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광장의 붉은 물결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일상을 뒤흔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꿈이 이루어진 듯 흥겨워했으며 감동은 한동안 가슴 속에 남았습니다.

언제나 월드컵 시즌이 되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그때 우리는 모두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꿈이 현실이 되고 보니 너무도 기쁜 나머지 광장의 붉은 물결은 마치 거대한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했고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뜨거운 나라였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꿈을 꾸면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에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시작을 하고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그 주에 할 일, 그리고 매월, 매년 이루고 싶은 꿈을 적기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하고 합니다. 원하는 꿈에 다다라 성공하는 경우도 있고 또 실패하거나 뒤로 미루는 것들도 있겠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이루려고 하는 일들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 크고 작은 꿈들은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꿈이 없다면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다름없으며 시간은 무기력해집니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을 했나 봅니다. 아인슈타인은 임종하는 날 아침에도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고 합니다. 죽음은 모든 것을 정지시키지만 삶의 시간이 하루라도 남아 있다면 꿈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많은 귀감이 됩니다.

젊을 때는 자신감이 충만해서 모두를 가질 수 있고 바꿀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팍팍한 현실이 목까지 차버리면 꿈은 가슴 깊숙한 곳에 묻혀 희미해지고 무기력한 시간이 찾아오고 자신감이 주던 기쁨은 사라집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에 병이 들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런 무기력은 일상이 되고 의미가 없어지고 그저 연명의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스스로의 품위와 자존감을 지켜야 되지만 속수무책입니다. 마치 모든 전류가 빠져 나간 폐건전지가 된 듯합니다. 스스로를 충전하고 다시 활력과 생동감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재충전의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계속해서 앞으로 갈 뿐이지 뒤로 가는 법은 없습니다.

다시 2002년으로 돌아가서 그때의 함성과 활력 그리고 생동감을 찾아오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저 추억으로 남아서 아쉬움을 느끼며 그리워할 뿐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찾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활력이 전염되어 충만한 에너지가 전달됩니다.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던 한 사람은 회사를 그만 두고 그림을 그리겠다며 스케치북과 물감, 이젤 등을 구입해 화실에서 그림을 배우고 집에서도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습니다. 종일 그림만 그리니 할 일 없는 백수겠지만 이젠 적어도 자살할 것 같다는 소리는 사라지고 얼굴에는 여유와 활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화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스스로도 계산에 넣지 않았습니다. 그림을 그려서 성공하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한 번 사는 인생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시작했을 뿐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야말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시작입니다.

어려움이 시작되면 생각은 온통 그 문제에 빠져듭니다. 암환자는 암과 암 관련 정보에 지배당합니다.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주변에 있는 가족들까지 같은 고민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몸 상태가 나빠질수록 건강한 몸을 찾기 위한 노력보다는 기적을 바라는 쪽으로 마음이 갑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지혜보다는 삶을 연장시켜주거나 암을 낫게 해준다고 하는 무언가에 기대를 걸고 기적을 기다립니다. 꿈은 기적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버리고 잠시나마 위안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의기소침해집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 일을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꿈은 목적이라기보다는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간단한 사실은 직장을 그만 두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의 꿈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시작합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실패했다면 내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 소설가는 길고 긴 무명 생활을 버티고 성공한 작가가 되었을 때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했다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알고 보면 성공은 포기 하지 않는 것이며 지금 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여기 10킬로미터 걷기가 꿈인 사람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3시간 정도에 해당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암 진단을 받고 힘든 수술을 끝낸 사람에게는 꿈입니다. 몸이 회복되어 화장실 정도를 혼자 다닐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매일 걸어서 50미터씩 거리를 늘려 나간다면 6개월 정도 후에는 10킬로미터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기적의 약보다 더 좋은 꿈의 약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이런 꿈을 꿀 수 있다면 우리는 실패 없이 언제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월간암(癌) 2018년 07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