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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심신을 치유한다 ‘다남의원’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8년 06월 01일 13:58분10,863 읽음
양평군 명달리에 자리 잡은 다남의원을 찾았습니다. 명달리에는 크고 작은 황토집들이 많습니다. 대략 200여개의 방이 있으며 대부분 암환자들이 치유를 위해서 머물고 있습니다. 서울의 대형병원과는 40분 정도의 거리이기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지내기에도 적합할 뿐더러 무엇보다 자연환경이 아픈 분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소박하고 진솔한 모습의 원장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시골 의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병원을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젊은 원장이 하얀 가운을 입고 악수를 청합니다. 다남의원 정형화 원장입니다. 정 원장은 199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약리학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그리고 미국 시애틀에 있는 자연의학 대학원 Bastyr에서 공부했습니다.

암 투병을 하다보면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수술이나 항암 등의 치료를 받지만 이외에도 여러 면에서 돌봄과 치료가 필요하며 그에 따른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암환자들은 자신의 치유를 위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이곳에는 24시간 정형화 원장이 함께 지내면서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 토론도 하고 처방도 합니다. 정 원장은 일터와 가정을 다남의원에서 자리를 잡아서 휴가를 가고 싶을 때는 아예 병원 문을 닫고서 며칠 시간을 내어 다녀온다고 합니다. 병원이니 회진을 돌아야 되는데 암환자들과 같이 지내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밥을 함께 먹는 것이 회진입니다. 그냥 같이 살아요. 빙긋이 웃으며 정 원장이 자신의 일과를 설명합니다.

다남의원에서는 대형병원에서 받는 치료 외에 필요한 처방을 모두 합니다. 자신이 의사이지만 암환자들이 더욱 전문가이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을 들고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병원이니 어떤 치료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 몇 가지 의학적인 이야기를 하며 다른 병원에서도 다 하는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고주파 온열치료, 비타민 C 외에 여러 가지 영양을 섞어서 만드는 칵테일 주사 등이 주로 처방하는 내용입니다. 또한, 약물 외에 뉴트리션3000 이나 제네픽(Genepic)과 같은 요법들을 필요한 분들에게 소개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요법이나 보조제들은 모두 검증된 것들만 사용한다고 강조합니다.

다남의원의 입원실은 총 29실로 모두 1인실입니다. 환자 개개인은 치료를 위해서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입니다. 모두 편백나무와 황토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건물입니다. 통나무를 아궁이에 넣어 불을 지피는 아랫목이 있으며 향긋한 나무 향기가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갔던 외갓집의 기억이 떠오를 만큼 소박하지만 정취가 있습니다. 히말라야에서 가져온 소금으로 만들어진 방도 있습니다. 소금에서 발산되는 에너지가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방문만 열면 모두 같은 처지인 분들이 모여 있어서 눈이 마주친 사람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함께 산을 걷는 게 하루의 주된 일과라고 덧붙입니다. 다른 병원과 달리 이곳은 치료를 위해 마련된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정 원장은 방임형 병원이라고 말하며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으면 그것도 스트레스, 자유분방하게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환자들은 얼굴이 밝고 식사 시간에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화기애애합니다. 화목한 가정집을 보는 듯합니다.


점심 식사를 하러 2층의 식당으로 올라가자 드럼세트가 반깁니다. 매 주 토요일 드럼 강습이 있다고 합니다. 다남의원의 식당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투병하는 분들이 소통하는 장소이며 영화와 공연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장소이며 악기를 연주하거나 배우는 장소입니다. 원장님의 회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식사를 위한 식재료는 주로 주변에서 농사짓는 로컬 푸드를 사용합니다. 암환자에게 육류를 제공하지 않는 병원도 있지만 다남의원은 육해공 모든 음식이 조리되어 있습니다. 음식의 맛도 호텔에서 먹는 한식요리처럼 수준급입니다. 식당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깥 풍경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뷰를 자랑하는 식당이라는 정 원장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낮게 내려앉은 회색 구름이 바로 앞에서 손에 잡힐 듯 산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몹시 아름다웠습니다.



정 원장이 암환자에게 늘 당부하는 3가지가 있습니다.

1. 암은 스스로 고치자.
몸이 아픈 것은 자신이 아프게 한 것이므로 낫게 하는 것도 자신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러 치료법을 시도해보고 자신의 몸이 반응하는 것을 잘 관찰하여 그 결과를 기반으로 치료의 적절함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2. 자연 치료는 없다.
병원에 진행하는 현대의학적 치료는 멀리하고 산속에 가거나 오지로 가면 치료가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과할 때 오히려 적절한 영양공급과 상황에 맞춘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하여 상황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맑은 숲이나 좋은 공기, 물과 같은 자연적인 요소들이 치료에 도움을 주지만 그런 곳에 있다고 해서 암이 낫고 건강이 회복되는 경우는 매우 희박합니다.

3. 건강하고 즐거운 삶에 초점을 맞추자.
어둠을 몰아내는 것은 단지 빛만 있으면 됩니다. 그처럼 암을 극복하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균형 있는 식사와 적절한 운동, 그리고 취미생활과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없습니다.
월간암(癌)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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