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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울리고 웃기는 제약회사의 횡포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8년 02월 28일 19:16분5,976 읽음
희귀약품 ‘다라니드’ 가격, 50불에서 15,001불로 치솟아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돈 앤더슨은 희귀한 유전 질환인 주기성 사지마비를 앓고 있다. 병이 발작하면 일시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근육이 약해지는데 그런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지난 40년 동안 1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 나이가 73살인 앤더슨은 이 병이 마치 50 파운드 짐을 등에 지고 식탁에 서있는 것 같고, 항상 발에 납덩이를 달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앤더슨이 복용하던 약품은 1958년에 처음 승인이 되어 ‘다라니드’란 상표명으로 주로 안질환인 녹내장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는데 가격이 너무 싸서 약국에서 얼마에 구입했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약품의 가격이 근년에 청룡열차처럼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100정들이 1병의 권장 가격이 50불이었는데 2015년에 13,650불로 치솟았다가 공짜로 폭락했는데 스트롱브리지 바이오 제약이란 새로운 회사가 이 약품을 취득해서 2017년 봄에 새로 판매하게 되면서 가격이 다시 15,001불로 치솟았다.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교 법률학 부교수인 레이첼 삭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국민들의 압력과 공개적인 망신이 이 업계의 이런 악질들을 억제하는 데 충분할 것이란 말을 빈번히 듣는다. 이런 악질들은 잠시라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다시 옛날로 되돌아가버릴 것이란 생각이 가끔 든다. 이는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을 제도가 어떻게 유발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하나의 실례일 뿐이다.”

지금은 ‘케베이스’로 불리는 다라니드의 가격이 지그재그로 변하는 것은 제약회사들이 약품 가격을 얼마나 마음대로 매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아주 희귀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품을 파는 것이 큰 사업 기회가 되어버린 것을 보여준다. 또 아주 희귀한 질병을 치료하는 소위 ‘고아약(orphan drug)’ 개발을 도와주는 선의의 정책이 어떻게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녹내장 치료하는 저가의 다라니드, 희귀 주기성 사지마비 환자들이 복용
1983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희귀약품법(Orphan Drug Act)은 공익을 위해 희귀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에 그 약에 대해 7년 동안 마케팅 독점권을 부여하는 법규다. 임상시험 기간에는 세금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난치병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은 의료상 필요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시장성이 낮아 연구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고아약이라는 명칭도 제약업계가 환자수가 적고 개발하기 힘들어 희귀질환약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빗댄 말이다.

다라니드는 50년 전에 승인되었고 흔히 녹내장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 희귀한 신경근육 질환인 주기성 사지마비를 앓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가 자신들의 병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약품을 허가받지 않은 용도로 사용해서 복용하기 시작했다. 2001년도에 100정의 권장 소비자 가격이 50불로 구하기 힘든 약이 아니었다.

2000년대 초에 머크 제약회사가 다라니드의 생산을 중단했다. 다른 녹내장 치료제들이 있었지만 다라니드가 다른 약품들보다 자신들의 증상을 더 잘 억제해주는 것을 발견한 소수의 주기성 사지마비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져버렸다. 그들은 이 약을 유럽이나 한국에서 수입해서 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앤더슨은 비용이 1달에 약 250불에서 300불 들어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다라니드’, 머크 제약회사에서 타로 제약으로, 다시 썬 제약 산업으로
이 질병에 걸린 어느 집안이 복제약을 생산하는 제약회사인 타로 제약 산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집안이 2008년에 머크 제약회사로부터 다라니드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그 목적은 이 약품을 환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다고 이 회사의 전직 회장인 바리 레비트와 그의 아들인 제이콥이 2016년에 말했다. 제이콥이 주기성 사지마비를 앓고 있는데, 그는 다른 약품으로 병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환자 지원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다라니드가 중단되어 환자들이 대체물을 찾거나 수입처를 찾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타로 제약이 50만 불 미만의 돈을 주고 다라니드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로 제약이 2010년에 또 다른 복제약 회사인 썬 제약 산업에 인수되었다. 이 약이 2015년에 주기성 사지마비를 치료하는 희귀 질환 치료제로 승인을 받게 되자 케베이스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고 가격도 새로 책정되어 100정에 13,650불이 되었다. 케베이스가 수십 년이나 오래된 약품인데도 연방정부가 주기성 사지마비용으로 승인하면서 7년간 독점적인 판매권까지 부여해버렸다.

2016년에 워싱턴 포스트가 이 약품의 높은 가격에 대해 질문을 하자 썬 제약은 그 약품을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썬 제약은 타이밍이 우연의 일치로 회사가 이 약품을 팔아 100만 불도 벌지 못했고 이는 마케팅과 환자 지원 서비스에 들어간 투자금조차 다 회수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케베이스’된 다라니드, 다시 스트롱브리지 바이오 제약으로
그러나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말에 썬 제약이 케베이스를 스트롱브리지 바이오 제약이란 생물공학 회사에 850만 불을 받고 팔았다. 2017년 4월에 스트롱브리지는 이 약을 다시 판매했고 8월에 권장 가격을 100정들이 1병에 15,001불로 올렸다.

스트롱브리지는 투자자들에게 케베이스로 1년간 치료하는 비용이 환자가 복용하는 복용량에 따라 109,500불에서 219,000불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또 보험회사들이 이 약품을 광범하게 커버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월에 이 회사는 지난 4분기에 매출이 250만 불이었다고 공개했다. 이는 전년도의 해당 4분기의 매출액인 150만 불보다 67%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는 판매원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고 이사들은 전화 회의에서 회사의 의료 담당 팀이 75명의 의료 지도자들을 만났고 동료들 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끌 연사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롱브리지의 대변인인 린지 로코는 금년에 약품의 가격을 왜 올렸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그 대신 그녀는 주기성 사지마비 환자가 미국에 5천 명뿐이고 이 약품이 그들에게 이득을 줄 것이라는 회사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그 성명서는 스트롱브리지가 주기성 사지마비와 여타 희귀질환 환자들의 요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썬 제약회사는 가격을 제로로 떨어뜨린 후 이 약품을 팔아넘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환자들에게 이는 양날의 칼과 같다. 스트롱브리지 바이오가 미국 내에서 이 약을 팔고 있는데 이는 전혀 팔지 않거나 다른 나라애서 구해서 수입을 했던 시기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또 고가의 치료약을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약회사들이 그러하듯이 스트롱브리지 바이오도 환자들이 보험을 골라 가입하는 것을 도와주거나 약품을 구입하는 비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앤더슨은 약품을 구입하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의 약품 목록에 케베이스가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본인 부담금 없이 공짜로 약을 입수한다고 말했다. 본인 부담금을 지불해서 약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고 보험 가입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고 심지어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약품을 제공하는 것이 개별적인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그렇게 해서 제약회사가 가격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고 있다.

만약 보험이 이 약을 커버하지 않거나 혹은 아예 보험이 없다면 그들,즉 스트롱브리지 바이오가 공짜로 제공해준다고 앤더슨은 말했다. 그는 제약회사에 대해 고마워하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보험회사들이 그 약에 대해 얼마를 지불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트롱브리지 바이오는 주기성 사지마비를 진단하는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판매요원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들이 자신들의 고객이 될 수 있는 더 많은 환자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격 인상을 보고 놀란 제이콥 레비트는 이렇게 말했다.
“돈은 털리지만 목숨은 부지하거나 아니면 돈은 털리지 않지만 죽거나 둘 중 하나이다. 사업 모델이 저렴한 약품을 아주 비싸게 만들어 조금은 이용해 먹는 것이다. 나는 대회를 후원하는 환자 단체를 이끌고 있는데 스트롱브리지 바이오가 이 단체에 25만 불을 제공했다. 그 돈은 환자들에게 귀중한 자산이고 스트롱브리지 바이오로서는 그런 이벤트를 이용해서 환자들 앞에 나서서 새로운 환자를 찾아낼 수 있어서 훨씬 더 수지가 맞는 투자가 된다. 그들은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없던 약품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다.”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18, 2017
월간암(癌)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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