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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AGE
장지혁 기자 입력 2018년 01월 29일 11:26분12,455 읽음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힐마루요양병원 병원장, 대한통합암학회 학회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마르퀴스후스후(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잠을 푹 자도 좀처럼 몸이 피곤이 가시지 않아서 젊었을 때와 다르다고 느낀다.
젊었을 때의 탄력이 있던 팽팽한 피부와 다르게, 거울을 보면 주름이 눈에 띄고 피부가 늘어진 모습이 보여 짜증이 난다.

사람은 왜 늙는 것일까?
우리의 몸은 날마다 신진대사에 의해 낡은 세포나 단백질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품질이 떨어진 단백질이 모여가고 최종적으로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실제로 50세를 넘으면 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지며, 혈관도 점차 굳어지고 약하게 되는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근육이나 뼈도 약해지고 균형 감각도 나빠져서 살짝 넘어져도 골절이 되거나 무릎이나 허리의 통증으로 매일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젊게, 병이 없이 인생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즉 단백질의 품질을 좋은 상태로 장기간 유지할 수 있으면, 노화 과정을 되도록 늦추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단백질에 과잉의 당이 결합하는 단백질의 당화에 의해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 AGE)을 없애면 노화과정을 늦출 수 있다.

당(糖)은 우리 몸의 에너지 공급원이다. 특히 우리 뇌는 에너지 공급원으로 포도당만을 사용한다. 몸 안에 사용하고 남은 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 과다한 것은 지방조직에 저장돼 비만으로 나타난다.

당이 우리 몸의 단백질, 지방, DNA에 효소(enzyme)의 작용에 의해 붙는 과정을 '당화(Glycosylation)'라고 하고,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물질들은 세포간의 의사소통과 정보교환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글로는 같은 당화이지만 'glycation'은 효소를 이용하는 'glycosylation'과 다르게 당이 화학적인 공유결합으로 단백질이나 지방에 직접 붙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산물은 단백질이나 지방의 고유한 역할을 방해하는 위험물질이 될 수 있다.

높은 혈당 수치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당뇨 환자의 혈당 지표가 되는 것이 ‘당화혈색소(HbA1c)’이다. 당화혈색소(glycated hemoglobin, HbA1c)는 혈당 농도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혈색소(Hb)의 한 형태인데, glycation의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몸의 혈액에는 120일 정도의 수명을 가진 적혈구가 존재하며,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높은 혈중 포도당에 노출되면 이와 바로 결합해 당화혈색소가 생성된다. 당뇨환자에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당화혈색소의 수치가 증가하게 된다. 당화가 일어난 적혈구는 수명이 조금 짧아지기 때문에 당화혈색소 수치는 약 3개월간의 혈중 혈당 농도를 반영한다.
당화혈색소의 정상수치는 4%에서 5.9% 사이지만, 당뇨환자의 경우는 조절 목표를 6.5% 이하로 보고 있다.

Glycation에 의해 최종적으로 더 이상 변하지 않는 당 단백질이 생성되면, 이것을 최종당화산물(AGE: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이라고 부른다. AGE가 생성되면 혈관 벽이나 임파구 등의 세포막에 AGE와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 즉 AGE 수용체(RAGE: Receptor of AGE)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RAGE에 AGE가 결합하면 염증과 관련된 각종 면역인자가 활성화돼 만성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AGE는 한 마디로 나쁜 물질이다. 세포 및 조직 기능에 중요한 단백질이 과다한 당 때문에 해로운 물질로 변해 인체 조직과 기관을 해치며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세포 속의 단백질이 해를 입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조직의 막과 혈관이 두꺼워져서 신축성을 잃는다. 이렇게 손상된 세포가 늘어나다 보면 노화가 촉진되고 각종 질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당뇨병에 걸리면 노화가 가속화 되고 각종 합병증이 생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변질된 당화 단백질은 우선 근육에 달라붙어 강직 및 경련 현상을 일으키고, 피부 콜라겐 단백질이 당화되면 피부 탄력성을 떨어뜨려 노화를 촉진시킨다. 또 혈관의 탄력성을 유지해 주는 단백질인 콜라겐이 당화되면 혈관벽이 탄력성을 상실해 수축기 혈압은 높아지고 확장기 혈압은 낮아진다. 나이가 들어 노인성 수축기 고혈압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당화 공격 위험이 가장 높은 부위는 신체 대사가 활발한 신장 사구체, 안구의 망막세포, 췌장의 베타세포 등이다. 이 때문에 당뇨 환자는 신장 기능, 시각, 청각, 인슐린 분비 기능 등에 문제가 생긴다.

뇌 신경막도 당화 단백질의 공격을 많이 받는 부위 중 하나이다. 당화 단백질이 신경막에 달라붙으면 뇌신경 기능을 파괴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정신병 등을 유발한다. 눈의 수정체에 달라붙어 백내장과 망막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유해 산소가 당화 단백질을 계속 산화시켜 AGE로 만들면 항산화 능력이 떨어져 각종 효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파괴되기 때문에 만성 피로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인간의 DNA는 수시로 유해산소의 공격을 받아 손상되지만 회복력이 있어 곧 복구된다. 하지만 AGE가 계속 생성되면 DNA의 복구 능력이 떨어지면서 유전자가 변이돼 암이나 기타 심각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다운증후군, 낭성섬유증, 정신분열증, 우울증 등을 앓는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AGE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 당화의 원인은 높은 혈당치이며 혈당치를 높이는 주범은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다. 탄수화물은 뇌, 근육, 심장 등 대부분의 인체 조직 작동에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탄수화물이 연소될 때 지방이나 단백질에 비해 불순물 발생이 적고 열량은 지방의 절반에 불과하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지방과 단백질 섭취량을 줄여 신체 대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무작정 탄수화물의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능사는 아니다. 탄수화물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질 좋은’탄수화물일 때이다.

탄수화물의 질을 판별할 때는 포도당이 혈액에 흡수되는 속도를 수치화한 당 지수(GI: Glycemic Index)를 고려해야 한다. GI가 높은 음식은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높여 인슐린 저항이나 탄수화물 과민반응을 일으키고 비만과 당뇨병 등을 유발한다. 또한 AGE 형성을 촉진해 신체를 스트레스 상황에 빠뜨릴 수도 있다. 성분과 열량이 같아도 GI가 높은 음식이 더 해롭다. GI가 높은 식품으로는 밀가루 등 정제 곡물과 설탕, 꿀, 포도당 등이 있다. 과일과 채소 중에는 바나나와 포도, 말린 과일, 감자 등이 GI가 높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설탕 섭취다. 모든 곡물과 과일, 채소에는 포도당이 들어있지만 이들 식품에는 당화의 피해를 상쇄할 만한 영양소도 많이 들어 있다. 반면에 설탕과 각종 인공 감미료는 그저 당화를 촉발하는 연료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 식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음식을 한꺼번에 몰아서 먹는 과식도 혈당을 높이고 당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이다. 음식을 조금씩 자주 섭취하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가 원하는 당분 섭취량도 줄일 수 있다.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착실하게 먹고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간식을 먹어 3시간 간격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당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비타민을 비롯해 항산화제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장 저렴하고 대중적인 항산화제는 비타민C다. 비타민C를 하루에 1~2g 정도 섭취하면 세포 내 소르비톨 축적을 줄이고 당화를 억제할 수 있다.

비타민D는 AGE로 인해 생긴 염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녹황색 채소에 많은 베타카로틴과 토마토, 수박, 자몽 등에 함유된 라이코펜, 녹차의 폴리페놀 성분 등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밀과 마늘도 당화를 막는 식품으로 꼽힌다.

최근 당화를 막는 항산화제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알파리포익산(Alpha Lipoic Acid)이다. 알파 리포익산은 세포 내에 있는 지방산으로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항산화제는 물이나 지방 가운데 한쪽에서만 반응하는데, 알파 리포익산은 물과 지방에 모두 반응해서 슈퍼 항산화제로 불린다. 비타민C와 비타민E등 다른 항산화제의 재순환을 돕고, 신경 세포가 산화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에서 포도당 이용률을 높이고 단백질의 당화를 막아주며,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녹내장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브로콜리와 시금치, 간 등에 많이 함유돼 있으며, 영양제 형태로도 나와 있다. 적절한 복용량은 하루 20~50mg이며,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에는 하루 300~600mg, 최고 1800mg까지 복용해도 된다.
월간암(癌)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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