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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경험할 수 없는 상상 속 여행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7년 11월 01일 17:20분5,374 읽음
최근 윤회와 같은 종교적 개념이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생에 이루지 못했던 슬픈 일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현재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윤회를 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내용은 그저 상상일 뿐입니다. 또 과학을 신봉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판타지의 소재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녹록치 않은 이생의 현실은 전생을 불러내어 우리의 고달픈 현실을 달래줍니다. 그래서 전생을 소재로 했던 드라마들은 히트를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최면을 통해서 전생을 체험하는 사례도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꼭 존재할 것만 같은 분야 중에 하나가 전생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미국에 간 적은 없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에게 이성이 생길 무렵부터 우리는 죽음에 대하여 매우 깊은 공포를 갖게 되었고 많은 종교가 생겨났습니다. 또한, 모든 종교는 탄생과 죽음에 깊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살아있을 때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곳으로 가게 되고 그렇지 않다면 나쁜 곳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 대부분 종교의 요지입니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착한 일을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윤회나 환생과 같은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미지의 세계로 여겨지는 죽음이라는 현상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죽음이 곧 공포라는 생각으로 외면하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드라마나 영화, 책 등에서 죽음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죽음은 극한의 공포일 수도 있고 반대로 즐겁게 맞이할 수 있는 새로운 문이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마치 한 번도 여행한 적이 없었던 곳으로 떠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종교적으로 윤회는 의식이 깨달음을 얻지 못하거나 또는 구원된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삶의 쳇바퀴를 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이나 구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삶이 생겨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은 하나의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어떤 경지에 도달하거나 아니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생을 보낸다면 스님들이 말하는 경지에 오르거나 서양의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그만큼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금 생은 이미 실패하였으니 다음 생을 기대해보자는 생각으로 현재의 삶을 소홀히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기회를 살려서 이번에는 좋은 일을 많이 하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은 하나의 과정이며 여행입니다. 죽음 이후 어찌될지 모르지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여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미리 경험하거나 경험을 공유할 수 없으며 엿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점이 우리에게 공포를 안겨주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열반이나 구원이라는 것도 상상 속에 존재하기에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로맨틱한 이야기가 윤회나 환생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지금 이루어지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루어진다거나 죄를 지었다면 언젠가는 해당하는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처럼 다행스러운 일도 없습니다. 전생이라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등장인물이 대체로 반복된다는 점이 인과응보 법칙에 해당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본다면 지금 이 시간 내가 무엇을 해야 될지 명백해집니다. 허투루 생을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 것입니다.

과학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과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들을 연구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생이나 윤회 또한 학자들에게 연구되어 과학적으로 검증되기도 합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정신과 의사인 이안 스티븐슨은 전 세계에서 전생을 기억하는 어린 아이들의 사례를 직접 만나서 연구하였는데 이중 20가지의 사례를 모아 “환생을 암시하는 스무 가지 사례 Twenty Cases Suggestive of Reincarnation”이라는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그는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접근하여 객관적인 결과를 얻어내려고 노력하였는데 무려 4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들여 연구하였으며 수많은 학술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를 가장 두렵게 만들고 문득 생각만 하다가 외면해버리는 공포, 아무리 돈이나 권력이 많아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에 이르는 일입니다. 구원이나 열반으로 그러한 공포를 떨쳐 버린 사람도 있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항상 갖는 마음입니다. 더구나 암과 투병하고 있다면 언제나 마주하고 있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생을 여행 중이고 때가 되면 다른 여행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공포만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삶이 여행이라면 죽음 또한 여행일 것이니까요. 그리고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버킷리스트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이루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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