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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스토리와 도라지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7년 10월 16일 19:16분15,551 읽음
글 임종갑 | 농학박사 물리치료사. 힐링스쿨 원장
요리 유옥란 | 간호사. 치유식 요리강사




어떤 병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답이 아니다. ‘그 병에 그 음식’이라는 사고방식은 편협한 개념이다. 하늘이 주신 식물(食物)을 골고루 다양하고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바른 식생활과 건강유지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내 친척 중에는 아이들이 비염과 심한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할 때, 여러 병원과 피부과를 전전해도 방법이 없었는데 도라지를 알게 된 후 완쾌가 되었다며 아토피 치료와 피부병에 도라지가 단연 최고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꼭 도라지만 많이 섭취했다고 그렇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전반적인 생활환경과 생활습관의 개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힐링캠프에 참가했던 폐암환자 유 여사는 “평소 도라지를 많이 챙겨 먹었더라면 폐암에 안 걸렸을 것”이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도라지와 폐암 억제에 대한 상관관계를 논하는 것보다는 집안에서 날마다 사용하는 가스레인지가 폐에 훨씬 해로울 수 있고 대기환경과 흡연, 식생활, 스트레스와 다른 요인이 폐에 더 나쁘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황사와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도라지는 기관지와 폐 건강을 위해 좋은 식품이라고 믿는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1학기에 학업을 중도 포기한 희한한 경력의 소유자다. 당시 생활기록부에는 1학년 때 26일, 2학년 때 62일을 ‘병결’과 ‘무단결석’으로 빠졌다고 적혀 있었고 성적 또한 최하위로 기록되어 있다.

부친은 나를 48세에 낳으셨는데 약골에다 잦은 병치레로 성장이 늦었다. 학교에 가면 두세 살 위 아이들의 빈번한 괴롭힘이 있었는데 그에 대해 불공정한 선생님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이 겹쳐 만사가 괴롭고 힘들어서 학교가 지옥으로 여겨졌다.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어서 다리 밑에서 ‘중간치기’하다 돌아오는 일이 다반사였고 여러 번 아버지에게 들켜 매를 맞고 결국 학교를 그만두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와 동생이 폐결핵을 심하게 앓았다. 설상가상, 아버지가 남의 빚보증을 선 것이 잘못되어 가산이 풍비박산이 되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 가족은 1967년, 해발 400여 미터 고향 선산에 흙집을 짓고 화전민이 되어 원시인처럼 살았다.

그때 내 나이가 열 살이었는데 집안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우리 형제들은 하늘아래 첫 집에서 나무와 흙 속에 파묻혀 살았다. 형은 부모님을 도와 밭일을 하고 나는 어린 두 동생을 돌보는 일을 했다. 아버지는 기침을 해대는 우리를 위해 산에 자생하는 도라지와 삽주를 캐어 말려서 가루를 만들어 먹였다. 너무 써서 안 먹으려고 도망 다니면서도 그걸 먹으면 낫는다는 말에 오만상을 찡그리며 먹을 수밖에 없었다.

또 도라지를 나물과 고추장에 찍어 자주 먹었다. 그 시절 가끔 약초와 산나물을 캐러 오는 동네 어른들에게서 도라지타령을 배웠고 형과 나는 이 노래를 많이 불렀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그렇게 나와 동생은 산에 살면서 산도라지를 많이 먹은 덕분인지 폐병이 거의 다 나았고 나는 이듬해 11살에 초등학교에 1학년으로 재입학하여 6년 동안 반장을 하면서 17세 되던 해 1등으로 졸업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후에도 우리 가족들은 가장 어려웠던 때 살았던 그 산에 자주 올라가 도라지와 약초를 캐며 옛날을 회상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는데 아래 두 장의 사진은 1977년 가을에 아버지가 그 산에서 귀한 약초를 캤을 때, 하늘에 감사하고 향기를 맡는 감동적인 장면을 마침 빌려간 흑백사진기로 순간포착을 한 것인데 지금은 나에게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나와 폐결핵
2000년, 박사학위 공부를 위해 출국할 때 지정병원인 세브란스 병원에서 비자용 흉부 X-Ray를 찍었는데 판독내용과 소견서를 써줄 박 교수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당장은 판정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유는 “과거에 폐결핵을 심하게 앓은 흔적이 사진에 나와 있는데 이대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비자발급에 필요한 필름사본을 체류국 검역소(quarantine)에 제출하고 이상 유무에 대한 결과를 받아야 했다.

박 교수가 제안하기를 전에 찍은 사진을 가져오면 보고 비교해서 소견서를 써줄 수 있다고 했다. 결핵균이 중간에 다시 활성화되어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확인코자 했을 것이다. 그래서 10년 전 의정부 의료원에서 찍은 필름 복사본을 제출하고 소견서를 받은 적이 있다.



도라지의 효능
나는 지금도 도라지를 유독 좋아한다. 아마 어릴 적 이런 사연과 경험 때문일 것이다. 한약에 남달리 조예가 깊은 약사 친구는 산도라지가 천연항생제에다 사포닌과 같은 몸에 좋은 성분이 많아서 내가 만성 폐렴과 폐결핵에서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만과 사이판에서 힐링 프로그램을 할 때, 해마다 도라지를 많이 심어 적절히 활용했다. 백도라지와 보라색 꽃이 피는 한국토종 도라지 씨를 많이 가져가서 전용 밭을 만들어 재배했는데 대만과 사이판은 우리와는 달리 파종한지 4개월 정도면 우리나라 2년 근 정도 되는 뿌리를 수확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맛이나 향기나 성분조차도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아마 도라지에게 생육환경과 날씨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열대지방 사람들은 도라지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먹는 사람이 없었는데 우리를 통해 도라지를 접한 뒤로는 자주 와서 가져다가 약차로 마시는 것을 보았다.


도라지는 예로부터 호흡기 계통의 약재로 많이 쓰였다. 우리 선조들은 도라지를 식용과 약용뿐 아니라 관상용으로도 다양하게 사용해왔고 한방에서는 기관지와 폐 질환에 좋은 약재로 처방하고 민간에서도 오래된 산도라지를 불로초라고 할 만큼 귀히 여겼다. 신약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지금도 항간에서는 기침, 감기, 가래, 천식, 기관지염, 편도선염, 인후두염과 폐 건강을 위한 예방과 치료에 두루 쓰이고 있다. 다량 함유된 사포닌이 인체 내 프로스타글란딘을 억제함으로써 호흡계의 점막에 점액분비를 촉진시켜 기관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기환경, 황사,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유용한 식물이라고 여겨진다.

도라지는 알칼리성 식품이자 천연항생제, 항산화활성 식물로서 건강에 좋은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데, 해독작용이 탁월하고 기관지 세균에 탁월한 항균효과와 식균작용, 독소생성을 감소시키며 인체 면역력을 증진시킴으로써 감기와 기관지염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보인다. 칼슘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철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빈혈에도 유익하며 섬유질이 풍부하여 변비예방과 장 건강에 좋다고 믿는다.

칼륨, 인, 아연, 비타민 C 등을 비롯해 지질, 단백질,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진해거담제 성분인 플라티코사이드(platycoside), 이눌린, 파이토스테롤, 폴리페놀 등 건강에 유용한 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쓴맛은 도라지에 있는 ‘플라티코딘(Platycodin)’이라는 사포닌 성분으로 항산화 항염증 활성작용과 항궤양, 위산분배 억제효과, 알레르기에 대한 작용, 거담, 진해, 진통, 진정, 해열, 만성기관지염, 축농증 완화, 혈당강하, 신진대사 활성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포닌은 용혈작용이 있어서 혈전과 지방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활성화시킴으로 정혈작용과 혈액 순환을 돕고 혈관보호 및 혈액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 노폐물, 독소배출,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고 당뇨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항암효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사포닌(saponin)과 이눌린(inulin)성분 등 이 인체 면역력을 강화하고 폐암 및 간암세포 발생과 성장, 전이를 억제함으로써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도라지 청 만들기

도라지는 생으로 쉽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식재료다. 생으로 무쳐서 샐러드로, 겉절이 김치 또는 숙성된 김치로 만들 수 있다. 대추, 은행과 함께 밥을 지을 때 위에 얹어 보약처럼 쪄서 먹기도 하고 익힌 나물반찬으로도 일품이다. 즙과 차로 마실 수 있는 데다 도라지 청, 도라지 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다. 또한 말려서 가루를 내어 감기예방과 기침, 가래억제에 대한 천연생약으로, 양념과 식품첨가물로 활용할 수 있고 식혜나 조청, 엿을 만들 수도 있다.

도라지 김치나 샐러드는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흔히 볼 수 있어서 생략하고 여기서는 생도라지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생도라지 청을 만드는 방법을 간단히 소개한다. 도라지 전체를 생으로 꿀에 재어두고 차와 요리의 소스로 쓸 수 있고 매일 조금씩 상식 하거나 여행할 때 피로회복과 면역력 증강을 위해서 또는 몸살감기로 인해 식욕이 없는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소위 살아있는 진액 엑기스(extract)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것은 도라지나 생강을 수분만 빼내는 즙으로 만들지 않고 섬유질과 함께 전체를 먹을 수 있으며 살아있는 영양소와 효소를 그대로 살려 효과적으로 섭취하게 된다. 끓이지 않은 꿀에는 60여 가지의 효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 꿀과 도라지와 함께 섭취하면 쓴맛도 감해지고 좋은 효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료 - 생도라지, 생강 약간, 꿀

만드는 법
1. 도라지는 껍질째로 2~3차례 치대듯이 깨끗이 씻어 맑은 물이 나오기까지 잘 헹군 후 소쿠리나 채반에 받쳐 물기를 뺀다. 사포닌은 껍질부위에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장시간 우려내면 손실이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고 가능한 한 그대로 사용한다.
2. 물기가 완전히 제거되면 머리 부분은 잘라내고 껍질을 벗겨내기 쉽게 길이로 반으로 자르고 껍질을 벗기면서 잔뿌리들을 대충 제거한다.
3. 정수된 깨끗한 생수에 다시 한 번 헹군 후 소쿠리에 받혀둔다.
4. 물기가 제거되면 믹서에 갈기 쉽게 손가락 마디 크기로 잘라 준비해둔다.
5. 생강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제거하고 생수에 헹구어 적당히 자른다. 생강은 기호에 맞게 적당량 준비한다.
6. 도라지와 생강을 믹서에 넣고 순간 컷 작동으로 잘게 자른 후 연속으로 갈아준다. (도라지와 생강을 섞어 함께 갈면 섬유질이 강한 생강이 곱게 갈린다)
7. 소독된 용기나 유리병에 적당량을 넣고 동량의 꿀을 부어 잘 섞어준다.
8. 냉장, 또는 냉동보관이 용이하다. 냉동보관을 할 경우 꿀을 가미하지 않을 수 있다.
9. 나무숟가락을 사용하여 식전에 한 숟갈을 천천히 씹어서 먹는다.
10. 차의 원료로, 요리에 가미하는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월간암(癌)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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