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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전자보다 더 많은 것을 물려 받는다
임정예 기자 입력 2017년 09월 29일 18:35분6,487 읽음

일생동안 만든 후성유전학적 기억 - 세대를 넘어 전달된다

우리는 유전자의 총합 그 이상이다. 먹는 음식이나 질병이나 혹은 생활양식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조절되는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이 유전자를 켜고 꺼서 DNA를 조절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일생을 통해 축적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세대란 경계선을 넘어 자식이나 심지어 손자/손녀에게까지 유전되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가 있었다. 이제 프라이부르크의 막스 플랑크 면역 생물학 및 후성유전학 연구소의 연구진이 유전된 DNA뿐만 아니라 유전된 후성유전학적 지시조차도 자손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간여한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게다가 니콜라 이오비노의 실험실이 얻은 새로운 통찰력은 이렇게 유전되는 정보의 생물학적 결과를 처음으로 설명해준다. 이번 연구는 어머니의 후성유전학적 기억이 새로운 세대의 진화와 생존에 필수적인 것을 입증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세포는 그 유형이 250개가 넘는다. 그런 세포들이 모두 다 정확하게 똑 같은 DNA 베이스(염기)를 갖고 있고 정확하게 똑같은 순서로 배열되어있다. 그러나 간세포나 신경세포는 모습이 서로 아주 다르고 기능도 서로 다르다. 그런 차이가 생기도록 만드는 것이 후성유전학이라는 과정이다. 후성유전학적 변형은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단백질을 끌어들이거나 멀리하는 유전자의 특정한 부위를 찍어서 표시한다. 따라서 그런 변형이 개별적인 세포 유형에 대해서 (활성화되었거나 비활성화 된) DNA 염기서열의 전형적인 패턴을 단계적으로 만든다. 게다가 우리의 DNA의 고정된 염기서열과는 반대로 후성유전학적 표식은 일생 동안 우리의 환경이나 생활양식에 반응해서 변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흡연이 폐 세포의 후성유전학적 구조를 바꾸어 언젠가는 암이 생기게 된다. 스트레스나 질병이나 혹은 먹는 음식 같은 외적 자극이 미치는 여타 영향도 세포의 후성유전학적 기억에 저장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후성유전적 변형 자손에게 어떻게 무슨 영향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해
이런 후성유전학적 변형은 세대 간의 장벽을 결코 넘어설 수는 없는 것으로 오랫동안 여겨졌었다. 과학자들은 일생 동안 축적된 후성유전학적 기억은 정액과 난소 세포가 발생하는 사이에 완전히 지워져버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에 몇몇 연구가 후성유전학적 표식이 실제로 세대를 넘어 전해질 수 있는 것을 밝혀서 과학계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그런 유전적 변형이 자손들에게 정확하게 어떻게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이번 연구의 교신 저자인 니콜라 이오비노는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초에 후성유전학이 등장한 이후로 우리는 후성유전학적 정보의 세대 간 유전의 징후를 관찰했다. 예를 들면 역학 연구들은 할아버지가 소비한 식품과 손자/손녀들의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증가 간에 현저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을 밝혀냈다. 그 후 여러 보고서들이 여러가지 생명체에 후성유전학적 유전이 있는 것을 시사했지만 그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막스 플랑크 면역 생물학 및 후성유전학 연구소의 이오비노와 그의 연구진은 과실파리를 이용해서 후성유전학적 변형이 모체로부터 유충에게 어떻게 유전이 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사람에게서도 발견될 수가 있는 H3K27me3이란 특별한 변형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게 세포핵 속에 DNA를 포장해놓은 것인 이른바 염색질을 바꾸어버리고, 주로 유전자 발현과 연관되어 있다.

막스 플랑크 연구진은 모체의 난세포 속의 염색질 DNA를 표시하는 H3K27me3 변형이 수정이 된 이후에도 다른 후성유전학적 표식들이 지워져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충 속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모체가 자신의 후성유전학적 표식을 자식에게 물려준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피데스 쟁크가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그런 표식들이 유충에게도 중요한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데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그는 부언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연구진은 여러 가지 유전학적 도구를 사용해서 과실파리에게서 H3K27me3 표식을 만드는 효소를 제거해보았고 초기 발생단계에서 H3K27me3이 결핍된 유충은 성충으로 발선할 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번식에 있어서 후성유전학적 정보는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유전될 뿐만 아니라 유충의 발육에도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니콜라 이오비노는 말했다.

부모로부터 유전자 외에도 미세 조정된 유전자 조절 장치도 물려받아
연구진은 유충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유충발생 초기에 보통은 꺼져있는 몇 가지 중요한 발생 유전자가 H3K27me3이 없는 유충에서는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그런 유전자들이 발생 과정에 너무 빨리 활성화되면 유충발생이 교란되어 결국은 유충이 죽게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쟁크는 설명했다. 유충의 유전 부호를 처리하고 정확하게 전사하기 위해서는 유전된 후성유전학적 정보가 필요한 듯하다고 그는 부언 설명했다.

이런 연구결과로 이번 연구는 중요한 진전이며, 유전된 후성유전학적 정보가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연구는 과실파리에 있어서 후전유전학적 변형이 세대를 통해 유전되어질 수 있는 증거를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모체로부터 유전되는 후성유전학적 표식들이 유충발생 초기의 복잡한 과정에 유전자 활성화를 통제하는 미세하게 조정된 메커니즘인 것도 밝혔다.

프라이부르크의 국제적 연구진은 자신들의 연구가 광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고 있다. 니콜라 이오비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부모로부터 유전자보다 더 많은 것을 물려받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또 우리의 환경이나 개인적인 생활양식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미세 조정된 중요한 유전자 조절 장치도 물려받는 듯하다. 이런 통찰은 환경에 대한 후천적인 적응이 최소한 어떤 경우에는 생식선을 통해 자식에게 물려질 수 있다는 관찰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의 교란이 암이나 당뇨병이나 자가면역 질환 같은 질병을 유발할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발견들은 인간의 건강과 관련이 있을 수가 있다.

참조: F. Zenk et al., "Germ line-inherited H3K27me3 restricts enhancer function during maternal-to-zygotic transition" Science. 2017 Jul 14;357(6347):212-216.
월간암(癌)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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