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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암이 소세포폐암으로 변환, 최초 규명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7년 07월 12일 17:26분12,733 읽음
표적치료 도중 폐선암이 소세포폐암으로 바뀌는 과정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폐암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중 가장 흔한 형태인 폐선암은 표적치료 도중 악성도가 더 나쁜 소세포폐암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그 기전이 밝혀진 것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태민 교수와 KAIST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이준구 전문의팀은 이런 결과를 미국임상종양학회 공식 학회지인 임상종양학저널 최근호에 게재했다.

폐암은 암세포의 특성에 따라 크게 비소세포폐암(폐암의 85%)과 소세포폐암(나머지 15%)으로 분류한다. 비소세포폐암은 세포의 모양에 따라 다시 폐선암과 편평상피세포폐암, 대세포폐암 등으로 구분한다. 과거에는 흡연과 관련 있는 편평상피세포폐암의 빈도가 가장 높았으나 최근에는 폐선암이 가장 흔하다.

일부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유전적 변이 중 하나인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주로 폐선암에서 발견되며 여성, 비흡연자, 한국을 비롯한 동양인에서 많이 나타난다. EGFR-돌연변이가 있으면 이를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를 쓴다.

문제는 초기에는 종양의 크기가 줄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커지는 약제의 내성이 나타나는데, 특히 폐선암에서는 내성기전의 일부로 표적치료 중 소세포폐암으로의 변환이 관찰된다. 비소세포암인 폐선암에 비해 소세포폐암은 상대적으로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가 빨라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악화시킨다.

연구팀은 이 변환과정을 밝히기 위해 EGFR-돌연변이 폐선암 환자 4명의 표적치료 전후 종양조직을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 기법을 이용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소세포폐암으로 변환된 환자는 치료 전 폐선암 조직과 치료 후 소세포폐암 조직 모두에서 종양억제유전자인 ‘TP53’과 ‘RB1’가 완전히 비활성화 되어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폐선암의 첫 진단 시 조직을 이용한 TP53 · RB1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료 중 소세포폐암으로의 변환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팀은 유전자 검사 없이 두 유전자에 대한 간단한 면역병리 검사만으로도 이를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해, 임상적용도 가능케 했다.

주영석 교수는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 기법을 통해 암세포의 진화과정을 재구성해, 폐선암의 소세포폐암 변환 현상을 밝혔다”고 밝혔다. 이준구 전문의는 “진료현장에서 지난 10년간 해결 못한 의문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 EGFR-돌연변이 | 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유전적 변이 중 하나다. EGFR-돌연변이는 폐암 환자의 25~50%에서 관찰되며, 주로 폐선암과 여성, 비흡연자에서 발견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폐선암으로 진단되면 약 50%에서 EGFR-돌연변이가 발견될 정도로 그 빈도가 높다.

◇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 기법 | 전장유전체염기서열분석 기법은 말 그대로 전체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즉, 유전체의 1%를 차지하는 엑손(exon) 전체 영역인 엑솜(exome)을 포함하여, 코드화 되어있지 않은 인트론(intron) 영역까지 포함하는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 분석 기법을 이용하여 암세포의 진화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
월간암(癌)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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