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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편지 -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이 기사는 장지혁 기자가2017년07월05일 11시50분에 최종 입력하였습니다. 총 5491명이 방문하여 읽었습니다.

최근 암환자들과 함께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30명 정도 참석한 이번 행사는 하룻밤으로 끝났지만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위로하며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길이 있음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지만 이내 서로를 알아가며 가까워졌습니다.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생사를 함께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전우애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불과 몇 달 전에 암 진단을 받은 사람, 암 투병이 10년인 사람, 그 두 배의 시간을 이겨내 20년을 바라보는 사람까지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삶에 대한 열정과 암에 대한 경각심은 모두 같았습니다.

건강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단지 더 오래 살고 싶은 욕심에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암과 투병하면서 몸과 마음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옵니다. 이번 캠프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며 느낀 것은 그저 병을 치료하면서 수술을 몇 번 했고, 항암을 몇 번 했다는 무용담은 아닐 것입니다. 내면에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것들을 밖으로 분출되면서 공감하며 ‘나만 외롭고 아픈 것은 아니었구나’하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다보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항상 느껴지던 통증도 그 시간만큼은 괴롭히지 못합니다. 절망이라고 생각했던 주변의 현실은 삶에 대한 희망으로 바뀌고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캠프에서 희망이 생겼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요? 보통 우리는 어떤 사물과 함께 희망을 갖습니다. 그것만 있다면 안심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소유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처한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에 대해서 스스로 자각이 생길 때 우리는 무지에서 비롯되는 두려움과 절망에 빠집니다. 희망과 절망은 소유냐 무소유냐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나의 마음만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갑니다.

특히 암을 진단받고 투병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무척 마음이 여리고 약합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희망과 절망 사이를 수십, 수백 번 오가며 지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절망적인 마음은 매우 해롭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희망적인 마음도 어떤 경우에는 몹시 해롭습니다. 헛된 희망은 가장 친했던 친구가 배신을 했을 때와 같은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희망과 기대는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어떻게 만들어진 희망인가를 면밀히 살피고 그에 대한 기대를 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갖게 됨으로써 마음이 기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또 건강이 나쁘거나 아픈 사람, 특히 암환자를 보면 소유에서 만들어지는 희망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수술을 잘하는 의사한테 암수술을 받았다거나, 남들에게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를 구해서 섭취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가운데에서 치료와 관련된 일들을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몸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진다면 그에 따른 절망도 깊어지며 더구나 최선의 방법, 또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행한 후에 이런 일들이 생겼을 때면 헤어나기 힘든 절망감을 느낍니다.

몸속에 암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필요한 삶의 기술은 나보다 오래 투병한 사람들의 마음가짐입니다. 삶의 양식이 소유하는 것에서 절제하고 나누는 방향으로 변화했고, 그러한 마음의 변화가 삶의 패턴을 바꿔 입고, 먹고, 마시는 것들도 변화하며 성공적인 투병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절망 또는 희망처럼 소유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상태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지거나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것으로 바뀌어갑니다. 하루하루가 주는 삶에 감사하고 기뻐할 뿐입니다.

캠프를 함께 하며 우리는 동병상련을 느꼈습니다. 암환자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나누고 들으며 함께 눈물도 흘리고 함께 웃음도 나누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앞으로의 투병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