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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치료 - 암세포만 골라 없앤다
고정혁 기자 입력 2017년 06월 29일 11:40분10,069 읽음
활성산소 만들어 암세포 없애는 광역동치료
기존 항암치료는 반복적인 항암제 투여와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치료법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전신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 반면 빛에 반응하는 화학물질(광감작제)을 이용해 특정 파장 빛을 흡수한 뒤 활성산소를 만들어 암세포를 없애는 광역동치료는 기존 항암치료와 달리 국소적인 암세포 치료가 가능하고 일반 정상세포 손상도 최소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광역동치료는 폐암, 피부암, 소화기암, 식도암, 후두암 등 내시경이 들어갈 수 있는 위치에 존재하는 암에 대해서 주로 시술된다.

특히 고령이거나 건강 상태가 나빠 외과적 수술이 불가능한 암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일본 도쿄대 의대 병원에서는 해마다 700여 건 이상 이 시술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효율이 우수한 광감작제는 많은 경우 물에 잘 녹지 않아 적용이 어렵고 빛을 이용한 치료 이후 체내 여러 장기에 잔존하는 광감작제가 햇빛과의 반응으로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정상 피부조직이 손상되는 등 부작용도 일어날 수 있다.

활성산소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반응성이 큰 산소원자 또는 분자다. 따라서 과량의 활성산소는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세포 손상을 야기한다. 이 때문에 광역동치료 후 한 달 이상 밝은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함과 부작용이 따른다.

따라서 난용성 광감작제의 적용 한계를 극복하고 최소한의 광감작제를 전신 투여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축적되게 함으로써 암세포를 없애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민달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은 광감작제를 사용해 암세포만 골라 없애는 기능성 2차원 광감작제·나노시트 복합체를 최초로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 광역동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체 안정성이 높고 기존 나노입자들보다 세포 내 침투가 더욱 용이한 이산화망간 나노시트를 기반으로 삼았다. 이로써 암세포에 과도하게 발현돼 있는 엽산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능성 나노시트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엽산이 도포된 이산화망간 나노시트를 활용해 시트 표면에 난용성 광감작제를 효과적으로 적재함으로써 광감작제 가용성을 높였다. 결국 엽산을 바른 나노시트가 엽산 수용체가 많은 암세포에 쉽게 도달하는 셈이다. 특히 체내 투여 시 혈액에서 분해되지 않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광감작제 방출을 억제하는 데도 성공했다.


체내에 주입된 광감작제·나노시트 복합체는 암세포 내 다량으로 존재하는 글루타티온(항산화물질로 체내에서 산화·환원 반응으로 생체 항상성에 기여)에 의해 나노시트를 분해시킨다. 이러면 적재된 광감작제도 방출된다. 이는 종양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이후 빛에 의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사멸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난용성 광감작제 투여량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최소화하면서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돼 효과적으로 암세포만 없애는 표적 광역동치료법을 구현했다. 암세포 치료 후 복합체가 체내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독성 또한 적다. 이러면 전신 투여에 따른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광역동치료의 효과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 개발로 기능성 나노시트 특성을 활용해 항암제 투여량을 낮추면서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민 교수는 "동물 모델 실험에서 확인된 우수한 항암효과 결과를 기반으로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항암제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피부암이나 폐암, 식도암, 자궁경부암 등에 대한 광역동치료 시술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월간암(癌)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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