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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특집기사장기 생존자의 공통분모장지혁 기자 입력 2017년 05월 18일 11:46분11,224 읽음
- 투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담당 의사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수개월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을 지나서 오랫동안 생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고된 기간을 지나 점차 건강을 회복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이럴 경우에 해당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자포자기한 채로 시간을 보낸다면 말도 안 되는 선고 예언이 적중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릇된 희망을 품고 고가의 약으로 해결하려고 마음먹고 좋은 것들을 찾아 기웃거린다면 어느 순간 소위 메디컬 푸어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매우 냉정하고 지혜로운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개월의 생존 기간을 선고 받고도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물론 생존자를 똑같이 따라 한다고 같은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을 알아보고 그에 합당한 생활을 지킨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확실한 몇 가지 내용을 간추렸습니다.
태도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다 잘 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 같은 암시를 갖고 막연히 나는 죽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장기 생존자들은 이에 대하여 회의적입니다. 그런 식의 긍정적인 태도는 현실을 부정하고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로 귀한 시간을 헛되이 흘러가게 합니다. 가장 적극적인 치료는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극단적인 생각은 언제나 위험을 초래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헛된 희망을 갖는 것이나 또 부정적인 마음으로 절망에 휩싸여 자포자기 한다면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음식을 못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지만 액체로 되어 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실제로 식도가 암 때문에 좁아져서 건더기로 되어 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단백질 음료만으로 장기간 생존하기도 합니다. 그는 당장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묵묵히 산행을 하면서 삶이 주는 기쁨을 누립니다.
운동
몸이 아픈데 무슨 운동이냐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플수록 운동이 필요합니다. 운동은 체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체력은 곧 생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 생존자들 중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들 어떤 상황에서도 운동을 합니다. 걷기, 수영, 등산, 마라톤, 자전거 타기 등을 한두 가지 선택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합니다. 수영 선수나 마라톤 선수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남들이 보아도 잘한다 싶을 정도로 운동에 열중합니다.
암이 전이 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암환자였습니다. 거듭된 항암치료로 일어나기도 힘들고 화장실도 부축을 해줘야 갈 수 있는 상태였고 가족과 지인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무슨 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말 그대로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태였습니다. 그때 그는 몸을 움직여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어날 수 없으니 누운 채로 손과 발을 까딱거렸습니다. 침대에 누워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나 몸에 몰입해서 손발을 움직이고 돌리고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했습니다. 깊게 숨을 쉬고 내뱉기를 꾸준히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고 손에 힘을 줄 수 있는 작은 운동기구를 쥐고 운동하다가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밖을 나가서 걷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뒤에 병원을 퇴원하고 자전거를 한 대 샀습니다. 3년이 지났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강변을 따라서 하루에 5시간씩 자전거를 탑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던 몸인데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해보입니다.
암환자에게 운동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체력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운동을 통해서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나옵니다. 엔도르핀은 우리 몸을 보호해 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더구나 어느 진통제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에 몸에 통증이 있다면 확실한 진통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결국 운동은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행위입니다.
사회성
암을 진단받았다는 것은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암 이전의 인간관계와 이후의 인간관계입니다. 암을 진단받고 홀로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환경이 좋은 곳을 찾아서 간다는 생각으로 그럴 수 있겠지만 더 깊은 내면에는 암에 걸리기 이전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결별을 고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암환자가 되고 더 사람이 그리웠다는 생존자도 있습니다. 상반되지만 공통분모는 투병에 해가 되는 인간관계는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위암에 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을 나온 가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그동안 가정을 지키려는 마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표면적으로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 왔는데 이제 암에 걸렸으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매우 극단적인 사례지만 투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바로 행동에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소한 장기생존 암환자는 투병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지고 같이 투병하는 동지들이 있어서 투병의 의지만 있다면 실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된다고 말합니다. 전폭적인 가족의 지원 속에서 투병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가족과 떨어져 홀로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둘러싸여 혼자만 암환자로 지내면서 점차 가족에게 짜증을 내고 함부로 대하게 되기 쉽고 자신만이 큰 병에 걸렸으니 나를 돌봐야 한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다가 암환자들끼리 생활하면서 뜻밖에도 내 암 정도면 너무나도 부럽다는 다른 암환자의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암 정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데도 늘 웃으면서 열심히 생활하는 다른 암환자를 보고 반성했다고도 합니다.
이렇듯 장기 생존자들은 사회적인 관계에 대해서 자유롭게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언제나 투병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과 영양
우리 몸은 우리가 먹은 음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서 몸의 상태가 크게 좌우됩니다. 지금 몸의 컨디션이 좋고 통증이 없으며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난 후라면 기분은 상쾌할 것입니다. 상쾌함, 이것이 지금 마음 상태입니다. 따라서 몸의 상태를 만들어 가는데 필연적으로 음식이 중요합니다. 음식을 먹는 일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일입니다.
식사를 할 때 음식의 맛과 향, 그리고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했다면 모두 과거의 일입니다. 음식은 몸을 위해 바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장기 생존자들은 음식의 맛에 대한 관심보다는 영양에 대해서 지식을 많이 쌓습니다. 그렇다고 암환자가 먹어야 될 음식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똑같은 반응이 생기지 않습니다. 몇 가지 음식에 대한 원칙은 있습니다. 신선한 야채와 통곡물 위주의 식사,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조리과정, 많지 않고 소박한 가짓수, 감사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 먹기 등입니다.
장기 생존자는 공통적으로 고가의 건강식품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떤 특정 제품을 한 달 동안 섭취하는데 몇 백만 원이 드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제품은 호기심으로 한두 번 접했지만 꾸준히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결국 영양은 신선한 음식에서 섭취합니다. 비싼 제품을 눈독 들이며 욕심을 내서 무리하게 구입하여 섭취하는 장기생존자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정신적인 생활
장기생존자들이 오직 투병만을 위해서 명상을 하거나 종교생활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투병 중에 나름의 가치관과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바뀌면서 정신세계에 변화가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외적인 가치를 추구하다가 내 몸과 마음에 눈을 뜨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내면의 세계는 우리가 보는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이며 암과 같은 커다란 충격으로 감춰져 있던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렇다고 교회나 절을 다니면서 종교인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갖고 있던 내면의 신성함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종교나 명상은 그러한 발견을 위한 도구가 될 뿐입니다. 그리고 내면의 신성함을 맛본 장기생존자들은 두려움이 많이 누그러지거나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이상 5가지 정도 장기생존자들의 공통적인 내용들을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고 시간을 보내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매순간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서 생활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월간암(癌)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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