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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에세이[희망편지] 새해에는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세요김진하 기자 입력 2017년 01월 31일 22:46분9,599 읽음
- 철학자 니체의 저서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참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렇지만 저 말처럼 현재를 살아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정직하게 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답은 ‘네’ 아니면 ‘아니오’겠지만 일단 저의 대답은 ‘네’입니다. 많은 분들도 ‘네’라고 답할 것입니다. ‘아니오’ 하신 분들은 지금부터 ‘네’라고 답할 수 있도록 삶의 방향을 바꾸어 보는 건 어떨까요? 살다보면 후회나 죄책감, 상처, 슬픔 등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어떤 것은 실수로, 어떤 것은 사고 때문에, 어떤 것은 나와 무관하게 저절로 일이 생깁니다. 우리가 침묵 속에서 살지 않는 한 무슨 일이든지 생기게 마련입니다. 암 때문에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일상이라도 삶은 언제나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또 한해를 무사히 보냈으면 합니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로부터 1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는데 위대한 철학자가 했던 몇 가지 예언들은 점점 맞아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니체가 말한 것처럼 허무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의 많고 적음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삶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삶을 지탱합니다. 특히 우리처럼 단기간에 성장을 이룩한 사회에서는 그러한 경향이 짙으며 그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서 갖가지 좋지 않은 지표들, 자살률, 암 발생률 등은 더 각을 높여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 새해마다 인사가 “대박 나세요!”가 대세입니다. 여기의 저변에는 돈 많이 벌고 부자 되라는 의미가 깔려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새로운 새해 인사입니다. 인사마저도 부자 되는 덕담으로 새해를 시작하다니 말입니다. 부자가 되라는 말은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지 나쁜 짓을 하라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 전 고등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10억 원을 주면 죄 짓고 감옥에서 1년 정도를 보낼 수 있겠나를 조사했더니 무려 절반 이상이 괜찮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작년에 어떤 기관에서 했던 조사인데 이 조사의 결과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무슨 짓을 해서도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높은 자리에 앉아 권력을 이용하여 부정하게 축재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배운 것은 아닌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한편으로는 설문조사일 뿐 실제로 죄를 짓는 일을 저지를 확률은 훨씬 낮을 것입니다. 특히 교도소에 갈만큼 죄를 짓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원하지 않는데도 결국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슬퍼해야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돈 때문에 억지로라도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유 때문에 스스로의 권리와 행복을 희생해 가면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새해 인사로 건넨 ‘부자 되세요!’라는 말은 인생을 포기하고 돈을 많이 벌어 즐겁게 살라는 뜻입니다. 언뜻 보면 좋은 말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희생도 한두 번이면 족하지 그것이 일상이 된다면 매우 불행해지고 울화가 쌓여서 갖가지 병에 시달릴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참으면서 사는 것처럼 힘든 일도 없습니다. 그런 삶은 반드시 후회를 남깁니다. 설문조사에 응했던 고등학생이 진짜로 그런 일을 실행에 옮긴다면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해 인사로 다른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니체가 했던 질문에 ‘네’라는 대답을 하기 위해서 또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새해에는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하세요.”
그동안 하지 못한 것, 참아 왔던 것들 모두 해보는 후회 없이 일 년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월간암(癌)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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