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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는 순서와 음식의 배합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6년 12월 30일 16:18분11,033 읽음

임종갑 | 농학박사 물리치료사. 한국 생명농장 힐링쉼터 운영
유옥란 | 간호사. 치유식 요리강사


우리가 국내외에서 힐링 요리강좌와 자연치유 체험프로그램을 할 때 암, 당뇨, 고혈압 등 현대병과 기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러 환우들과 교육참가자들이 둘째 날부터 하나같이 속이 편하고 몸이 상쾌하며 소화가 잘되고 배변에 만족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우리에게 숨겨 놓은 비방(秘方)이나 특별한 비법(秘法)이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원리와 방법, 내용이 너무나 쉽고(Easy) 간단하고(Simple) 명확한(Clear) 것이고 이미 30년 이상 많은 사람들의 체험으로 입증된 것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가깝고도 쉬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여간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지면에서 ‘사람을 살리는 힐링요리학교’ 강좌와 실습을 구체적인 각론으로 전개하기에 앞서 이런 총체적인 개념과 기본원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기본과 원칙이 어떤 사안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좋은 것(good), 더 좋은 것(better), 가장 좋은 것(best) 중에서 딱 하나만 택하라면 최선의 것을 취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일본의 내과의사 시즈오와 영양사 사에코는 오랜 연구 끝에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치료법으로 ‘식사순서 요법’을 주장한다. 먼저 채소를 먹고, 그 다음에 단백질, 마지막으로 밥을 조금만 먹는 순서인데 메뉴는 그대로 두고 순서만 바꾸는 것이다.
이 식사법의 주안점은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류를 먼저 섭취하여 포만감을 갖게 한 후 혈당치를 높이는 당질(탄수화물), 즉 밥을 적게 먹도록 고안한 방법이다. 그의 주장대로 “식사순서만 바꿔도 장수한다.” “같은 음식이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은 맞는 말이라고 본다.

그런데 그들이 펴낸 <식사순서 혁명>에서 “과일과 채소는 다르다. 과일은 식사순서의 맨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결정적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치유식으로 이왕 이런 식사순서법을 강조한다면 더 바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누군가가 제기한 것처럼, 우리는 오늘날 먹고 마시는 일에 있어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먹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먹느냐”는 또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불량한 음식, 부적합하고 부절제하는 것도 똑같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먹는 음식이 체내에서 술과 같은 독소를 만든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인체는 음주를 하지 않아도 식사 후, 영양소의 대사과정에서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이유는 음식을 부적절하고 무분별하게 섭취함으로써 소화기관 안에서 발효가 일어나 혈류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ADVENTIST 병원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과식, 간식, 복잡한 식사 등 잘못된 식생활이 두뇌작용과 중추신경에 영향을 끼쳐 정상적인 정신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개념 없이 마구 섞어 먹는 뷔페식과 같은 음식이 장내에서 부패하여 알코올이 생성되는데 특히 후식으로 과일을 섭취한 경우엔 과일 성분이 장내에서 쉽게 발효가 일어나고 체온에 의해 빠른 시간 안에 술로 변하여 체내에 혈중 알코올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정신적 활력, 정서적 안정, 집중력 약화 등 두뇌활동 장애와 중추신경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
30여 년 전 포도 과수원을 하며 성인병 환우들을 위한 포도 단식요법, 해독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할 때 경험한 일이다. 한창 바쁜 포도 수확철에 대학생들이 십여 명씩 와서 포도 따기를 도와주었다. 일을 거들어주면서 그들이 누리는 특권은 포도를 마음껏 먹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점심식사를 푸짐하게 차렸다. 학생들은 밥도 잘 먹고 후식으로 포도를 실컷 먹고 갔다. 아예 밥은 거들떠보지 않고 포도만 잔뜩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중에 들은 사실은, 밥을 먹지 않고 포도만 실컷 먹은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밥도 잘 먹고 후식으로 포도를 먹은 학생들은 버스를 타러 큰 길로 나가는 도중에 도로에서 토하거나 차안에서 실례를 하고 집에 가서도 고생했다고 한다.

나는 호기심이 발동되어 그 다음에 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였다. 몇 사람은 늘상 하는 대로 밥을 먹고 후식으로 포도를 먹게 하고 다른 부류는 식사 전 한 시간 또는 30~40분 전에 포도를 충분히 먹고 정식으로 식사를 하고 또 다른 학생들은 아예 포도만 마음껏 먹게 했다. 밥은 먹지 않고 포도식만 한 경우와 포도를 식전에 충분히 먹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속이 편하고 아무 탈이 없었다. 반면에 보통 우리 상식과 습관대로 후식으로 먹은 사람들은 한 두 시간 후에 속도 불편하고 머리가 아프고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후로 한 번 더 똑 같은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거의 같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나 자신이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보았다. 포도뿐 아니라 다른 과일에도 적용했더니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주의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흔히 과일을 소화제로 알고 별 주의 없이 후식으로 섭취했을 때는 두뇌도 맑지 못하고 속도 불편하고 종종 소화장애도 있었다. 그런데 식전에 과일을 충분히 먹고 정식 식사를 했을 경우 뱃속도 머리도 상쾌했다.

사실, 나는 타고난 약골에다 어렸을 적부터 노상 병치레를 하며 성장장애를 앓았고 청년시절까지 위장과 대장의 기능에 문제가 있었다. 소화와 흡수장애, 만성 위염, 궤양, 장 누수증후군과 과민성 대장장애 등이 중첩되어 오랜 세월 동안 나를 괴롭혔고 많은 고통을 주었다. 그런 영향으로 지금도 저체중이고 소화기관도 여전히 약한 편이다. 그래도 힘들고 바쁜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해내는 것은 타고난 건강과 활력이기 보다는 나름대로 바른 개념을 추구하고 어느 정도 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나는 오랜 세월동안 힐링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대하고 관찰하면서 식습관과 식사방법에도 질병에 대한 예방과 치유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의 조화로운 배합과 순서라고 본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건강과 활력을 위한 중요한 원료가 되지만 부적절할 경우엔 오히려 독소를 생성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관점과 경험에서 과일은 후식보다 식전에 섭취하는 것이 소화와 흡수에 훨씬 좋다는 것이다. 물론 장이 튼튼하고 소화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어느 정도까지 문제가 없고 괜찮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선천적으로 약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노약자, 환자들에게는 최선의 길이 있다면 그것을 권장하고 싶다. “뇌독(腦毒), 혈독(血毒), 장독(腸毒)”의 원인과 해결을 위해서도 과일을 충분히 먹되 순서만 바꾸는 것이다.

순기능, 역기능을 논하기 전에 과일의 당분은 소화와 흡수과정이 간단하고 빠르기 때문에 식전에 섭취하는 것이 제대로 먹는 것이고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피를 만들고 에너지를 만드는 식사에 있어서 괜찮은 것보다는 좋은 것, 그리고 더 좋은 것보다 가장 좋은 것이 있다면 차선보다 최선의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이 방법을 선택한 후로 후식으로 인한 소화장애가 사라졌고 장에 가스가 많이 생겨 불편한 것과 두통 증세도 없어졌고 늘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아오는 환우들에게나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자유스럽게 선택해보도록 제안했는데 적용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좋아했다.

30년 전 당시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우리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유익과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전문가들을 찾아가 상담했는데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박성주 선생을 만났다. 그는 당시 30대 후반의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현재는 의사)였다. 그는 식사순서와 식품배합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었는데 우리가 경험한 것과 동일했다. 가나안 농군학교 김용기 장로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지병을 자연건강식과 순서식을 적용해 치유해준 전문가였다.

그 후에 관련자료와 문헌을 찾던 중 130여 년 전에 이미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내놓은 영감적인 메시지도 발견했다.

“합당한 음식의 배합(proper food combinations)에 관한 지식은 큰 가치가 있다…. 식품 배합 방법과 건강한 요리는 일종의 과학이다.”
“이 지식은 큰 가치가 있으므로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지혜로 받아들여야 한다.”
“환자들을 위한 음식의 요리와 배합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음식 배합을 잘못하므로 장애가 생기며 발효가 시작되고 피가 불결해지며 두뇌가 혼란된다.”
“우리가 최선의 건강을 보전하고자 하면 한 끼에 채소와 과실을 동시에 먹기를 피해야 한다. 만일 위장이 약하면 고통이 있을 것이며 두뇌가 혼란되어 정신적인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끼에 과일을 먹고 다음 끼에 채소를 먹으라.”(Counsels on Diet and Foods)
“한 끼에 과실과 채소를 같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만일 소화력이 약하면 두 가지를 함께 먹는 것은 때때로 속을 불편하게 하여, 정신적 노력을 하는 데 지장을 일으킬 것이다. 과일을 먹을 것 같으면 야채는 다른 때에 먹는 것이 좋다.”
“과일과 채소를 한 끼에 섭취하면 위에 산을 발생시킨다. 그러면 그 결과로 피가 더러워지며 소화가 불안전해지기 때문에 정신이 맑지 않게 된다.”
“한 끼에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것, 과일과 빵이 한 끼의 식사에 위장으로 들어가는 경우, 위장에서 전쟁이 일어나 불행한 상태가 조성된다.”

우리가 대만에서 치유식 요리강좌와 힐링 프로그램을 할 때 여러 영양학 전문가들과 의대교수들이 참여했었다. 그들도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 지지하였다. 한 종합병원에서는 우리를 초청해 프로그램을 열고 아이디어를 얻어 치유식 식당까지 만들어 운영하였다.

사람의 위장은 한 개뿐이다. 식사 후 위장 내에서의 연동운동이 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뒤죽박죽 밀어넣기보다 위와 장에 부담을 적게 하고 소화와 흡수가 순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위장에서부터 독이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고 독을 만드는 식사습관은 간단하게 고칠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대부분의 열차레일이 단선(單線)이었다. 한 철로를 완행열차나 특급 열차가 함께 사용했다. 시속 60km로 가는 비둘기호 완행열차는 뒤에서 비켜달라는 무궁화호 열차의 무전신호에 가장 가까운 역에 멈춰서 급행열차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출발했다가 또 다시 뒤에서 새마을호 특급 열차의 연락을 받으면 다음 역에 정차했다가 운행하곤 했다. 과일처럼 소화과정이 단순하고 빨리 흡수되는 것은 먼저 먹는 것이 합당한 순서와 바른 이치가 아닐까? 마치 완행열차에 앞서 급행열차가 먼저 통과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차가 아닐까?

당근, 샐러리 등 대여섯 가지 채소에다 사과, 키위 등 과일 네댓 종류를 한꺼번에 믹스해서 주스를 만들면 입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오래가지 않아 속이 불편하고 장애를 느끼게 된다. 과일은 과일끼리, 채소는 채소끼리 그것도 한 두 종류만 단순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우리의 경험상 토마토와 딸기는 채소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게 아니라 독을 생성하고 피를 오염시키고 나쁜 피를 만든다면, 그리고 그런 과정이 5년, 10년 지속되다보면 독소가 쌓여 염증과 발병, 발암이 될 것이다.

음식의 배합과 순서식의 기본
식간에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시고 과일과 식사시간은 30분 간격이 되게 한다. 꼭 녹즙을 마시기를 원한다면 주스식이 아니라 믹서에 갈아서 섬유질까지 통째로 떠먹는 녹죽형태로 전체를 다 먹을 것, 그리고 견과를 섞은 발아콩죽 같은 유동식을 밥보다 조금 먼저 먹을 것, 할 수 있다면 국물 많은 국을 안 먹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으로 밥을 먹으면 침과 섞이지도, 잘 씹지 않게 되고 오히려 소화에 지장을 준다. 식전에 물과 과일을 충분하게 섭취하면 침도 잘 분비되어 국물에 대한 필요성이 없어진다.

정식 식사는 신선하고 영양 많은 채소를 곁들인 발아현미 잡곡밥 등을 정식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누구나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소화와 배변 또한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집에 가서도 이 방법을 유지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 간식을 절대 금하고 적당량을 정시에 규칙적으로 하는 것은 기본이다.

건강식, 예방식, 치유음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먹거리를 바른 방법으로 즐겁게 섭취하면 자연적으로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게 될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더욱 건강하고 혹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은 속히 회복되어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월간암(癌)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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