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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사는 일
고동탄(bourree@kakao.com) 기자 입력 2016년 12월 13일 16:49분4,894 읽음
나른한 오후, 신선한 바람이 필요해서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날씨가 좋은 탓인지 드문드문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길 위에 쌓여 있는 낙엽이 알록달록 양탄자처럼 예쁘게 깔려 있고 중년여성이 개와 같이 걷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은 노랗게 나뭇잎 사이로 내리고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은 애처로운 모습으로 밋밋한 세상에 울긋불긋한 색과 빛을 뿌리고 있습니다. 다음 생에 천국이 있다면 지금 풍경과 햇살을 그곳에 꼭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는 꼬리를 흔들면서 주인의 뒤꿈치를 따라 걷습니다. 나이가 있는지 활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작은 체구에 강단이 있는 눈빛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주인 곁을 사수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개에게 몇 번 물린 경험이 있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요즘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아이들보다 개의 숫자가 더 많아질 것이란 누군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인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었는데 사람의 친구 혹은 가족의 존재로 인식하면서 서로의 삶을 공유합니다. 프랑스 작가 장그르니에는 자신이 키우던 개가 세상을 떠나자 자신의 번뇌와 괴로움을 담아 ‘어느 개의 죽음’을 쓰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던 개의 임종을 지켜야 하는 과정과 슬픔 그리고 존재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동물과 사람은 서로 다른 종일뿐 동물보다 사람이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는 모든 동물과 사람을 구분 지으면서 사람은 더 나은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식은 인간이기 때문에 동물에게 함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관념을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요즘 동물과 벗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서인지 다른 종에 대한 배려심이 예전보다는 월등히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은 서로의 삶에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존재가 내 옆에서 나의 볼을 쓰다듬으며 산책을 나가자고 조르고 글을 쓰기 위해서 책상에 앉아 있으면 무릎에 얼굴을 들이밀며 애정을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집에 들어오면 변함없이 꼬리를 흔들며 열렬히 반가워합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아이처럼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추억이 쌓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대하면서 상대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외형적인 모습이나 성격이 좋다, 나쁘다 생각하고 마음에 드는 점과 못마땅한 점을 무의식적으로 새겨두기도 합니다. 가까운 사이였다가도 사소한 이해관계나 오해로 헤어지기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인간관계와 달리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보내는 애정은 결코 작아지지도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바뀌어도 아플 때에도 무관심할 때에도 변함없이 주인을 바라보며 순수한 눈으로 사랑과 신뢰를 보냅니다.

최근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 젊은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너무 외롭고 힘이 들어서 매일 밤 눈물을 흘린다는 하소연과 함께 정신과 약을 복용할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유기견을 입양해서 같이 지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을 했습니다.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었던 그는 개를 입양했고 개를 돌보면서 외로움과 불안, 우울함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만 지내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반드시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같이 공원을 한 바퀴를 돌면 즐겁다는 말을 전하면서 활짝 웃었습니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항상 곁에 있어주고 나를 반겨주며 결코 변하지 않는 애정을 보내주는 존재는 없을 것입니다. 암에 걸려 대수술을 받고도 반려견 때문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건강을 되찾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요? 순순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다란 활력이 됩니다.
월간암(癌)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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