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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전문가칼럼건강을 위한 마음 챙김임정예 기자 입력 2016년 06월 23일 22:20분11,705 읽음
- 글: 문창원 | 고려대학교 의학대학교 졸업 뉴욕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역임
뉴욕에서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 플러싱이다. 그곳에 내가 자주 가는 음식점이 한 곳 있었다. 생선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집이었다. 주인은 한국에서 교장 선생님을 하시다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어른이었고, 주방 일을 맡은 분은 부인이었다. 얼마나 맛있고 깔끔하게 음식을 하시는지 참 인기가 많았다. 주인 되는 어른은 식탁 일을 도와주시면서도 한국에서 지내실 때와 같이 늘 양복에 넥타이를 매시고 점잖게 행동하시는 분이었다. 이 분들이 몇 년 고생하시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장사가 꽤 잘 되었다.
하루는 메뉴를 늘린다며 염소 고기를 써서 보양탕이라 이름하여 팔기 시작했는데 인기가 꽤 많았다. 몇 개월 후 미국의 주요 매스컴과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누군가가 개고기를 판다고 신고를 하였다. 염소 고기로 요리하는데 개고기를 쓴다니 너무 억울했다. 수개월 후에는 염소 고기로 판명이 났다. 그러나 그 사이 조사 받느라 너무 힘들었고, 음식점은 손님이 뚝 끊겨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다. 이 사건 이후에 이 주인 어른이 너무 힘들어 했고, 나중에는 몇 년 후에 암에 걸려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사건 이후 이 분의 마음에 있는 분노와 미움 그리고 억울함이 몸을 상하게 하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인데, 우리 주위에서 꽤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를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도 찾아 먹고, 건강식품도 구해 먹는다. 옛날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마음 다스리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것을 찾는다. 서양의학의 영향이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인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동양, 서양의 차이가 없었다.
히포크라테스는 마음, 신체, 환경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하였고, 갈렌은 감정의 부조화가 질병을 야기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우울한 여성에게서 유방암이 많이 걸리는 것을 관찰하였다. 14세기 르네상스 이후에는 서양인들이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깊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의 전체적인 조화나 체질보다는 각각 장기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적극적으로 파헤치게 되었고, 결국에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아니라 각각 별개로 보는 심신이원론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질병을 분석하고 바라보는 시각이나 치료하는 방법에 있어서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보는 관점이 현대의학의 맹점이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몸이 건강할 수 없고,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마음도 영향을 입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몸과 마음 중 건강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사람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결론은 마음이다. 좋은 소식을 들으면 몸에 힘이 난다. 반대로 우울한 이야기를 들으면 몸이 쳐지고 맥이 없어진다. 마음의 변화에 따른 즉각적인 신체의 변화다.
기쁜 마음은 신체 각각의 세포를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스위치를 켜주고, 반대로 슬픈 마음이나 분노는 그 스위치를 끈다. 신체 세포와 기관의 상위 명령 체계가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부 기관이 상부 기관의 명령에 따르듯 우리 신체는 상부 명령 체계인 마음의 지시를 받는다. 근래에 들어서 마음과 신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심신 의학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급성 또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오는지,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얼마나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분노와 적개심이 우리 몸을 얼마나 상하게 하는지 관찰하고 연구한다.
세 명의 벽돌공이 열심히 벽돌을 쌓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소?” 첫째 사람이 답했다. “보면 몰라요? 벽돌 쌓고 있는 것 안보여요?” 둘째 사람은 답하기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 짓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나는 예배당을 짓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적대적인 반응을, 두 번째 사람은 체념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세 번째 사람은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신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이 건강의 핵심이라 말하고, 적개심이나 분노가 건강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고통이 신체적 질병을 초래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관찰되고 보고되어 왔다. 하버드대학의 생리학자 월터 캐논은 스트레스가 우리 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는 외적인 위협에 대해서 우리 신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투쟁 혹은 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라고 이름하였다. 스트레스와 맞서서 싸우는 반응을 보이든지, 아니면 안 되겠으니 도망하자는 쪽으로 우리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을 때 우리 몸은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이 스트레스에 맞서 싸울 수 있게 하거나 도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스트레스가 나쁜 것은 알지만, 사실 아무런 스트레스가 없다면 우리 몸과 마음이 나태해지고 탄력을 잃을 수 있다. 짧은 시간의 적절한 스트레스는 우리를 긴장되게 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끊임없이 지속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이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한다. 만성적 스트레스의 가장 큰 문제는 면역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면역력에 관여하는 백혈구의 활성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감기 같은 각종 감염 질환에 잘 걸리게 한다. 우리 몸에는 하루에 수천 개에서 수십만 개의 암세포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데, 모든 사람이 다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백혈구 중 NK세포가 그 암세포를 다 잡아먹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NK세포의 활성도를 떨구어서 암세포를 잡아먹지 못하게 한다. 모든 암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이고 부정맥을 유발한다. 소화활동이 비정상화 되어 속쓰림, 설사나 경련을 일으킨다. 또한 지속적인 두통이나 근육통을 유발한다.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두통이나 근육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지속적인 스트레스이다. 또한 뼈에서 칼슘 같은 무기질을 빼내어서 골다공증을 일으킨다.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것 중 가장 나쁜 것은 혈액을 응고시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거나 신체 어느 부위가 절단되면 혈액응고 시스템이 가동되어 출혈을 멈추게 한다. 스트레스는 마치 우리 몸의 한 부위가 떨어져 나간 것 같은 정도로 인식되어 진다. 혈액이 응고된다. 우리나라의 40~50대 건장한 사람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급사했다면, 거의 대부분 응고된 혈액이 관상동맥을 막아서 일으키는 급성심근경색 때문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급하고 어떤 사람은 느긋하다. 타고난 성품이 급하던 느긋하던 간에 건강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타고난 성품 말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만들어 내는 마음가짐은 큰 영향을 미친다. 심신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남을 향한 적개심, 분노와 증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급격히 높여서 혈압을 높이고 혈관을 수축시키며, 혈액응고를 촉진시키고 관상동맥을 폐색시킨다고 한다. 암에 잘 걸리게 하고 생명도 단축시킨다.
그러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은 건강의 핵심이다. 면역기능이 향상되고 수명이 길어진다.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을 높이며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암도 이기게 한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몸에 좋은 음식이나 약을 찾기 전에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나는 낙천주의자인가 아니면 비관론자인가. 남을 미워하며 증오하지는 않는가. 항상 감사하며 기쁜 삶을 사는가. 이렇게 내 마음의 위치를 살피는 것은 우리 건강을 위해 먼저 확인해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동양에서 시작된 명상요법이 인기다. 명상은 교감신경 항진 때문에 망가진 우리 몸을 재충전시키는데, 한마디로 부교감신경 기능을 항진하는 이완요법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허버트 벤슨은 인도의 명상을 배운 후, 일상생활 가운데 접목할 수 있는 간단한 명상법을 창안했다. 이를 이완반응(Relaxation response)이라 명명했다. 1) 새벽이나 저녁 조용한 환경에서 눈을 감고 앉는다. 2) 신체 근육을 충분히 이완한 후 3) 10~20분 특정한 낱말이나 어구(나는 건강하다. 내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내 몸의 암은 다 없어졌다 등등)를 읊조리며 의식을 집중한다. 4) 명상하는 동안 들어오는 잡생각을 억지로 물리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러가게 하는 수동적 자세를 취한다. 5) 이 명상이 효과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확실히 믿는다.
이런 명상/이완요법으로 두통, 좌골신경통, 가슴통증이 없어지고, 혈압이 낮아지고 불면증이 치료된다. 창의적인 생각이 솟아나며, 각종 불안증후군을 없애고, 암치료도 촉진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바쁜 하루하루를 사는 삶이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내 마음 상태를 살펴보고, 하루에 한 번씩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내 몸의 건강은 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월간암(癌)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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