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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목 건강칼럼 - 쿡방유감
임정예 기자 입력 2015년 11월 30일 13:03분16,054 읽음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역임, 현재 진영제암요양병원 병원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얼마 전까지는 방송사마다 먹방 프로그램이 판을 치더니, 요즘에는 쿡방 프로그램이 TV를 주름잡고 있다. 집밥의 ㅂ선생, 폼생폼사의 ㅊ세프 등등 조리인들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필자도 휴일에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한 번씩 보게 되는데, 밉지 않은 외모에 입담도 구수하고, 연예인 패널들의 익살과 더불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번창일로에 있는 외식문화로 인해 온갖 식품첨가물들이 난무하고, 유통기한을 넘긴 식재료들을 쓰며, 조리시설의 비위생적 환경 등에 대해 여러 고발 프로그램에서 지적한 결과 외식에 대한 경계심이 발동하고 있던 즈음, 메르스 사태로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간단한 레시피들을 소개하니 시기적으로 딱 들어맞은 타이밍이었다. 메르스 사태는 종식되었지만 쿡방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소개되는 요리들의 레시피에 있다.

집에서 해먹지만 쉽고 맛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려니 거의 외식 음식의 조리법을 닮았다. 자극적이고, 고소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되도록 레시피를 조절하는 것 같다. 된장이나 간장을 많이 쓰는 것은 한식의 특성이라 치더라도 설탕이나 식용유를 많이 쓰는 것은 큰 문제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증가일로에 있는 성인병이나 각종 암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과도한 육식과 더불어 설탕을 비롯한 단순 탄수화물들과 식용유 과다섭취에 있기 때문이다.

육식이 각종 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필자도 이미 여러 번 기고하였고, 국내외 여러 과학자들이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였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대한영양학회에서 권장하는 체중 당 2그램의 육류를 섭취하는 것은 암 환자들에게는 문제가 있다. 단백질이 암세포의 성장을 돕기 때문이며, 고기는 단백질만큼 지방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지방의 과다섭취는 인체 내 염증조절 기전을 교란하여 암의 원인이 되며,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면역세포들의 작용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비계 속에 중금속이나 호르몬과 각종 화학물질이 축적되어 있다는 것도 이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 탄수화물 즉 단순당은 흰밥, 떡, 빵, 국수, 라면, 과자, 청량음료, 아이스크림, 초콜릿, 설탕, 꿀, 조청 등을 일컬으며, 소화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섭취하자마자 혈당치를 올리며 이에 따라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한다. 인슐린의 과다분비는 체지방 축적을 촉진하고, 스트레스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며 당뇨, 비만, 심장병은 물론 암의 성장을 촉진한다.

최근 단순당이 건강의 위협이라는 보도가 자주 나간 뒤로 일반인들이 탄수화물 기피증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55~70%는 탄수화물에서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을 생산하며, 포도당은 뇌를 비롯한 인체 각 세포의 에너지원이 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당이 여러 개 결합된 형태인데, 당이 한 개인 것을 단당류라고 하고 포도당과 과당 등이 이에 속하며, 두 개가 결합된 형태를 이당류라고 하고 설탕, 엿당, 유당 등은 여기에 속한다. 3개~10개가 결합된 것을 올리고당이라고 하며, 11개 이상 결합된 것을 다당류라고 일컫는다. 다당류는 여러 번 쪼개어져야 흡수되기 때문에 흡수 분해에 시간이 걸리므로 혈당치를 서서히 올리게 되고, 그에 따라 인슐린의 분비를 크게 자극하지 않는다.

좋은 탄수화물은 당 분자가 3개 이상 결합된 복합당이며, 당분자가 2개 이하로 결합되어 있는 단순당은 나쁜 탄수화물이다.

섭취 후 재빨리 흡수되어 인슐린의 과도분비를 촉진하는 단순당이 문제인 것이지 혈당치를 서서히 증가시키는 복합당은 꼭 먹어야 할 필수음식들이다. 복합당은 현미나 통밀 등의 통곡류, 채소, 당도가 높지 않은 과일, 해조류 등인데, 이들은 건강유지 및 암의 예방 및 치료에 필수적인 식품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참기름을 비롯한 식용유를 많이 써 온 것으로 착각들을 하고 있는데, 기록을 보면 1960년대 말 이후로 식용유의 사용이 급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축산업을 장려하였을 때인데, 콩이나 옥수수 등에서 동물의 사료를 만들어내는 부산물(?)로 나오는 것이 식용유이며, 축산업의 발달과 함께 식용유의 생산도 자연히 증가하였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절선물로 식용유세트가 인기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각종 암과 성인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은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식용유만의 결과는 아니고 육식의 증가, 단순당의 과다섭취 등과 함께 환경오염과 스트레스도 큰 기여를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부분의 식용유는 오메가6인데 염증반응을 촉진한다. 염증은 우리 몸속에서 24시간 쉬지 않고 벌어지는 면역세포와 이물질들 간의 모든 전투인데, 이 전투를 촉진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괜찮지만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쓸데없는 염증을 촉발하며 나아가 암을 초래하게 만든다.

들기름은 오메가3이므로 염증을 억제하는 고마운 작용을 하지만, 오메가3 특성상 산패가 잘 일어난다. 산패된 식물성기름은 트랜스지방이라고 하며, 돼지비계 같은 포화지방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므로 들기름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고, 대신에 생 들깨를 조리할 때 바로 갈아서 쓰거나 들깨를 그대로 씹어 먹는 편이 더 낫다.

오메가3이든 6이든 9든 식용유를 튀김재료로 쓰는 것은 강력히 금지하고 싶고, 오히려 야자유 같은 포화지방을 사용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 야자유는 중쇄지방산이므로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바로 에너지로 쓰이기 때문이지만, 이것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식용유는 튀김을 할 때에는 쓰지 않고, 튀김 대신 물로 볶거나 삶은 식품에 생 식용유를 약간 뿌려주는 것이 건강에 괜찮다고 강조하고 싶다.

설명이 길어졌지만, 요즘의 쿡방 프로그램이 요리가 두려운 자취생이나 기러기 아빠, 직장인들에게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자신감과 기쁨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레시피에 주로 등장하는 고기, 생선, 식용유와 설탕의 과다 사용은 암 환자들에게는 위험한 재료들이므로 각별한 경계를 강조한다.
월간암(癌) 201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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