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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인류의 뛰어난 능력
고정혁 기자 입력 2013년 07월 31일 15:01분544,093 읽음
어떤 인류학자는 모든 동물 중에서 인간이 지금처럼 뛰어난 종으로 발전하게 된 이유가 바로 기도를 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먼 옛날 많은 동물들과 어우러져 살던 시절 인간은 그저 큰 동물에게 희생당하고 하루하루 도망 다니며 사는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커다란 짐승들을 피해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생명을 유지하였고, 도처에는 너무도 위험한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에 힘을 합치기 위하여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였습니다. 돌을 이용하여 생활에 이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까지 인류는 많은 시간 나약한 존재였습니다. 이 작고 힘없고 빠르지도 못하고 날쌔지도 못한 인간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된 계기를 바로 기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매일 먹이를 찾아다니는 힘든 생활을 지내면서 문득 우리의 선조들은 마음속으로 바람을 갖게 되었으며, 그러한 바람을 기도, 혹은 명상이라는 형태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 기도라는 형태의 마음가짐을 시작했던 선조는 그저 생각 속에서 기원을 할 뿐이었습니다. 신(神)도 없었고, 신이라는 존재에 대하여도 아무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원시인들이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시인들이 갖고 있던 바람들 중에 어떤 것은 이루어지고, 어떤 것은 무의미하게 되었지만 차츰차츰 바람은 기도를 통하여 하나씩 이루어졌으며, 인류는 발전을 거듭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 선조들이 기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 원숭이나 오랑무탄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기도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차별적인 존재로 만들었으며, 우리는 나약한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꾀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사자와 호랑이 같은 맹수들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맹수에 대한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인류의 삶을 변화 시켜 왔습니다. 삶이란 두려움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두려움 자체만 놓고 본다면 모든 생물체가 생존을 위하여 갖게 되는 필연적인 마음의 형태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공간이 과거에 비해서 더욱 발전되고 세련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동굴에서 도를 닦고 있는 성자들 중에서 득도(得道) 했다고 하는 분들이나, 기도를 통해서 신에게 가까이 다가섰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버리고 살 수 있겠지요.

보통 기도는 신을 향하는 나의 마음이지만 굳이 신을 믿지 않는다 하여도 나의 마음과 몸의 상태를 느끼고 그에 따라서 나는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생각해야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좋은 기도는 지금 불편한 상태를 극적으로 반전시켜 주기도 하고 마음속에 있는 분노를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마음속에 고요함을 깃들게 하여 평온으로 이끌어 줍니다. 또 우리가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어느 정도 길을 제시하고, 때에 따라서는 질문에 답하기도 합니다.

결국 기도는 인간으로서 행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의식의 행위이며, 이를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두려움 없는 삶을 영위하고, 평온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마음과 몸의 상태를 만들어 줍니다. 또한 삶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습니다.

종교적인 목적을 갖고 하는 기도이건,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눈을 감고 드리운 어둠을 바라보고 있건 기도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 기도 속의 어떤 힘이 우리를 이끌어 기도만이 줄 수 있는 기쁨과 평온의 세계로 인도해줍니다. 이러한 기쁨은 커다란 치유효과가 있으며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도에 대한 치료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논문이 많이 있습니다. 기도의 내용이나 기도의 방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막연한 내용이라 해도 기도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치료효과가 월등히 높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한 외과 의사는 우연치 않게 기도가 환자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연구 논문을 읽었습니다. 의사였던 그는 기도의 치료 효과에 많은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치료를 위해서 기도를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더구나 치료도구로 기도를 사용한다면 의사 사회에게 따돌림을 당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에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그때 그가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나의 환자를 위해서 기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의사는 결심을 하고서 매일 아침 진료실 한편에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향을 피우고 자신의 환자들을 생각하며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기도의 힘인지, 의사의 노력과 정성이 더해졌는지 실제 환자의 치료율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합니다.

기도의 내용은 구체적인 것보다는 일반론적인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또 번호를 알려 달라는 기도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순조롭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식입니다. 시험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고 밤새 기도만 한다고 시험을 잘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때로는 기도가 약이나 수술 못지않게 큰 치료효과를 줍니다. 나의 삶과 죽음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 중에 하나이며 어떤 이들은 삶의 목적이 기도를 하기 위해서 라고 말합니다. 암을 진단 받았다는 것은 이제 기도할 때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어디든 좋습니다. 교회나 절, 혹은 사원이나 요가원, 아니면 작은 방에 장소를 마련하여 기도나 명상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속 분노와 두려움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해서 또는 남을 위해서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될 때 비로소 우리의 몸은 치유를 받아들이고 또 스스로 치유해 가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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