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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를 위한 요리 - 비릿한 할머니의 내음 콩과 두부
임정예 기자 입력 2013년 03월 31일 19:47분639,962 읽음

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항암치료에 힘이 되는 식재료이야기
할머니에게서는 언제나 비릿한 냄새가 났다. 황토를 바른 부엌 한켠 아궁이에서는 동네 뒷산에서 긁어모았을 잔가지들이 타고 있었고 까만 솥단지에 큰 나무주걱으로 무언가를 젓고 있는 할머니의 분주한 모습이 어린 나에게도 아주 익숙한 풍경이었다.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8남매를 키워내면서도 콩을 삶고 두부를 만들어내는 작업만은 손수 챙기셨던 이유가 유독 두부를 좋아하셨던 무뚝뚝한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다 큰 어른이 되도록 밥에 섞인 콩을 골라내고 콩으로 만든 음식 중 유일하게 좋아하던 콩나물조차도 머리는 떼야 먹을 정도로 콩은 입에도 대지 않던 나에게 그 비릿한 냄새가 반가울 리 없었다. 두부를 만드는 날이면 부엌문 멀리 마당을 끼고 돌아 대문으로 향했고 손녀딸이 예뻐 자꾸만 껴안는 할머니도 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부엌문 바깥마당 큰 대야에 물에 잠긴 콩이 한가득 있는 날이면 곧 비릿한 냄새가 날 것임을 알았다. 할머니와 엄마는 부엌과 마당을 분주히 오갔으며 할아버지는 막내 삼촌을 시켜 동네 술도가에서 탁주를 받아와 옆에 두고는 자꾸만 부엌 쪽으로 곁눈질을 하시곤 했다.
두부가 완성되면 양념간장과 김치와 함께 상을 차려내 가장 큰 어른인 할아버지부터 막내 손자 녀석까지 둘러앉아 먹곤 했는데 탁주한잔에 기분 좋아진 할아버지와 부드럽고 따뜻한 두부를 맛있게 먹으며 웃는 가족들, 먹지 않겠다고 투정부리는 손녀와 실랑이를 벌이는 할머니.

가족 중에서 할머니의 수제 두부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는 나뿐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처럼 모양도 색도 예쁘지 않고 투박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지만 뭉텅뭉텅 썰어 된장찌개며 김치찌개에도 넣고 큼지막하게 지져내기도 하던 할머니 표 두부가 이제와 그리워지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사실, 어린 날 이런 아련한 추억들이 예상치 못했던 요리의 세계로 나를 움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북적북적 대가족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맏며느리로서 온갖 제사와 집안 행사를 치러내던 엄마의 딸로 살면서도 부엌은 가끔 일손 도울 때나 가는 곳이지 내 삶과 동떨어진 장소로만 여기던 사람이 요리를 직업으로 삼게 되리라고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이제 와 말이지만 주의를 기울여 보고 듣고 배웠더라면 요리를 하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두고서도 말이다.

나이가 들어 입맛이 바뀌고 콩이 우리에게 얼마나 이로운 식품인지 머리로, 몸으로 느끼면서부터는 다양한 모습의 콩과 두부가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되었는데, 어린 시절의 향수 때문인지 극성맞은 성격 때문인지 직접 두부를 만들겠다며 콩을 불리고 갈아 콩물을 내고 끓여서 걸러 간수를 붓고 다시 틀에 굳히는 그 번잡한 과정을 몇 번 시도해보고는 향수에 젖어 눈물 바람도 하였다가 몸에 좋은 먹거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지 깨닫기도 했지만 손만 뻗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요즈음에는 용도에 따라, 첨가된 부재료에 따라 다양한 두부가 구비되어 있고 팩 포장이 되어 있어 장보기도 쉽다. 찌개나 나물에 넣어도 좋고 두부만 지져내어도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자극적이고 강한 맛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자칫 밋밋하고 싱겁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콩의 구수함과 두부의 부드럽고 담백함은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몸에도 이로운 힐링푸드라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콩을 삼국시대부터 재배하였다고 한다. 두부는 중국에서 먼저 시작하여 고려 말기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콩을 날로 먹을 경우에는 소화가 어렵고 익혀야 65% 가량 소화·흡수 되는데 반해 두부는 95% 정도라 한다.

콩은 항암 효과가 널리 알려져 있는 식품이다. 특히 검은콩 껍질에는 노란 콩에는 없는 글리시테인(glycitein)이라는 항암 물질이 들어 있다. 콩의 종류가 다양하고 다소 성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항암효과 뿐 아니라 골다공증이나 당뇨병 예방 등 다양한 효능이 있으므로 우리가 주목하고 자주 섭취해야하는 식재료인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종류의 콩을 밥에 넣어 먹거나 갈아서 이용하거나 두부로 섭취할 수도 있고 굽거나 강정으로 만들어 주전부리를 할 수도 있는데, 다양한 요리 중에서 겨울철 뜨끈한 추억의 음식 콩비지찌개와 색다른 맛의 조화 두부배추말이찜, 다른 반찬이 필요 없는 마파두부 요리를 함께 해 맛있고 건강한 식사를 준비해보자.

콩비지찌개

[재료 및 분량]
- 흰콩 103g, 콩 가는 물 3C, 돼지고기(삼겹살) 100g
- 양념장 1 : 청장 ½T, 소금 ½t, 다진 마늘 1t, 다진 생강 ½t, 후춧가루 ⅛t, 참기름 1t
- 배추김치 200g
- 물 3C, 새우젓 1T
- 양념장 2 : 간장 2T, 설탕 1t, 고춧가루 1t, 다진 파 2t, 다진 마늘 1t, 깨소금 1t, 참기름 1t, 물 1T

[만드는 법]
1. 흰콩은 깨끗이 씻어 일어서 물에 6시간 정도 불리고 체에 밭쳐 10분 정도 물기를 뺀다. 믹서에 불린 흰콩과 물을 붓고 3분 정도 곱게 간다.
2. 돼지고기는 핏물을 닦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양념장 1을 넣고 양념한다. 배추김치는 속을 털어 내고 길이 2cm 정도로 썬다.
3. 냄비를 달구어 돼지고기와 배추김치를 넣고 중불에서 2분 정도 볶다가 콩 갈은 물과 물을 붓고 센 불에 6분 정도 올려 끓으면 중불로 낮추어 40분 정도 끓인다.
4. 새우젓을 넣고 2분 정도 더 끓인 후 양념장 2와 함께 낸다.

두부배추말이찜

[재료 및 분량]
- 두부 1모, 배춧잎(푸른 윗부분) 12장
- 불린 표고버섯 3~4장, 김치 100g, 육수 1C, 다진 돼지고기 100g
- 다진 양파 2T, 다진 마늘 1t, 소금 약간, 후추 약간, 참기름 1t, 잣 1T, 실고추, 불린 찹쌀 2T

[만드는 법]
1. 두부는 베보자기로 싸서 물기를 짠다.
2. 불린 찹쌀 2T, 잣 1T, 물 ½컵을 믹서에 갈아 체에 밭친다.
3. 배춧잎에 소금 1T를 뿌려 1시간 정도 두었다가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다.
4. 표고는 곱게 다진다.
5. 김치는 물에 한번만 헹궈 곱게 다져 물기를 짠다.
6. 믹싱볼에 두부, 고기, 표고, 김치, 양파, 마늘, 소금, 후추, 참기름을 넣고 치댄다.
7. 3의 배춧잎을 펴놓고 6을 한 큰 술씩 싸서 만다.
8. 냄비에 7의 배추쌈을 가지런히 놓고 육수를 부어 10분쯤 끊이다가 2를 저어서 붓고 끓이며 소금으로 간한다.
9. 찜 그릇에 담고 위에 통잣과 실고추를 뿌린다.

마파두부

[재료 및 분량]
- 두부 2모, 쇠고기 다진 것 60g
- 생강 두 쪽, 마늘 세 쪽, 마른 고추 2개, 두반장 1T, 청주 1T, 간장 1T, 육수 1컵, 굴 소스 1T, 설탕 약간, 후추 약간, 파 2대(윗부분 다진 것), 녹말가루 약간, 고추기름 2T

[만드는 법]
1. 두부는 사방 2cm 정도로 깍둑썰기 해서 끓는 물에 데쳐낸다.
2. 뜨거운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쇠고기와 마른 고추 다진 것을 넣고 볶다가 생강, 마늘 다진 것을 넣고 두반장을 넣는다.
3. 여기에 청주, 간장을 넣고 볶다가 육수를 넣어 뚜껑을 덮고 센 불에 끊인다. 여기에 굴 소스, 후추,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4. 3의 소스에 1의 두부를 넣고 끓인 후, 다진 파를 넣어 한번 버무린 후 물녹말을 풀어 농도를 맞춘다.
5. 마지막으로 고추기름을 한번 둘러서 접시에 담는다.

월간암(癌) 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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