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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밑에 풀 한 포기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3년 02월 26일 17:05분653,736 읽음
길을 걷다가 풀 한 포기를 발견했습니다. 너무 추워서 몸을 잔뜩 움츠린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땅만 바라보면서 걷고 있는데 무심코 던진 시선 끝에 이름 모를 푸른빛을 띤 풀 한 포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얼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잘 살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겨울이라 해도 풀들은 햇볕만 잘 받을 수 있다면 생존에 문제가 없습니다. 식물은 뿌리를 따뜻한 땅속에 넣어 둔 채로 온몸을 사용하여 햇빛을 받습니다. 낮에 비치는 햇빛만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극에서 가장 춥다는 툰드라 지역에서도 풀은 살고 있으며, 남극에서도 풀과 같은 식물은 살고 있습니다. 지구의 3분의 1이 풀로 덮여 식물들이 햇빛을 받는 데 사용하는 면적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다닐 때 광합성 작용에 대해 공부한 기억이 납니다.
“식물은 엽록소를 갖고 햇빛을 받아서 광합성 작용을 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스스로 만들어서 생명을 유지한다.” 어린아이에게 햇빛과 물만으로도 생명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더 자라서 생각해보니 만약 풀이 광합성작용이라는 것을 할 수 없다면 지구에는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등의 미개한 생명체 외에 어떤 동물도, 식물도,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는 풀들의 광합성 작용에 기대어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는 사실입니다.

풀은 햇빛을 먹고 초식동물은 그 풀을 먹고 육식 동물은 초식 동물을 먹고, 사람과 같은 잡식성의 동물은 모든 것을 먹는 식의 구조가 생길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광합성 작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풀은 광합성작용으로 햇빛을 응축하여 자신의 녹색 잎사귀에 보관합니다. 녹색으로 보이는 식물의 잎사귀는 결국 많은 양의 압축된 햇빛이 저장되어 있는 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녹색 잎사귀를 먹는다는 것은 결국 햇빛을 먹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몸으로 들어간 풀들은 우리에게 건강과 활력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풀은 우리에게 근원적인 생명 외에도 많은 유익함을 줍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의술의 역사는 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주 예로부터 각종 풀들은 인간이나 가축의 병을 고치는데 사용되어 왔으며, 기독교나 불교 등 많은 종교에서는 몸과 영혼의 건강을 위하여 채식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멸치조차도 먹지 않고 모든 음식은 식물로 만들어진 것들만 먹습니다. 한 두 끼 웰빙이 무엇인가 느껴보기 위해서 먹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느 날 동물성 육류의 음식을 모두 끊어 버리고 오로지 채식으로만 식단을 바꾼 사람들입니다. 마치 30년 넘게 피던 담배를 한 번에 끊은 사람처럼 고기는 아예 먹지 않습니다. 중국집에 가서도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스님짜장’이라는 메뉴만 먹습니다.

또한 풀은 음식으로서 뿐만 아니라 많은 병을 낫게 합니다. 풀은 먹기도 하고 즙을 내어 바르기도 하고 붙이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약초들이 과학적으로 연구되면서 그 효능과 효과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현미싹, 보리싹, 밀싹 등 곡류 새싹들은 영양적으로나 치료적인 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중에서도 밀싹으로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많은 암환자와 난치병 환자들을 구했던 미국의 앤 위그모어 박사의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앤 위그모어는 조산아로 태어나서 선천적으로 몸이 병약해서 부모에게 버림을 받습니다. 그녀의 할머니는 손녀를 데려와 정성스런 보삼핌으로 정상적인 건강으로 회복시킵니다. 그리고 세계1차 대전이 발발하는데 앤 위그모어의 할머니는 전쟁으로 상처 입은 군인들을 간호하며 치료합니다. 그 당시 현대의학적인 약품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할머니는 주로 약초와 풀로 부상당한 군인들을 치료했습니다.

앤 위그모어 박사는 16살이 되었을 때 교육을 위하여 미국에 있는 부모에게 건너갑니다. 그녀는 미국의 생활에 잘 적응했으나 결국 대장암이 발병했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고를 당해서 두 다리까지 못 쓰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신체 기능을 잃은 두 다리의 절단을 권유했고 그녀의 아버지도 절단 수술을 강요했지만 그녀는 수술을 거부한 채로 집을 나와 할머니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시골로 돌아온 앤위그모어는 채소, 곡식, 열매 같은 시골 음식을 먹으면서 야생초와 풀들을 채집하고 그녀의 아픈 발에 붙이면서 하루하루를 소일했습니다. 자신의 몸을 포기하지 않고 할머니에게 배운 풀들의 치료력을 활용하였던 것입니다. 또 그녀는 풀들을 씹고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하면서 자신의 몸을 풀들에게 맡겼습니다. 겨울이 되면 부엌에서 곡식의 씨앗으로 새싹을 틔워서 먹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의 시간을 보내니 다시 건강이 찾아왔습니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서 자신을 진단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대장암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로 절단 위기에 놓였던 두 다리까지 완전히 나았습니다. 그 후 몇 년 후에 앤 위그모어 박사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자신의 건강함을 확인합니다.

앤 위그모어 박사의 이러한 경험은 후에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게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며 앤 위그모어 박사가 만든 생식 프로그램으로 암을 치유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풀들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풀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이 시작되면 파릇파릇 새싹들이 온 천지를 뒤덮을 것입니다. 우리 몸을 생기 넘치고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귀한 보물입니다. 올 봄은 아주 많은 풀들을 섭취함으로써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생활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월간암(癌)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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