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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치료계획 수립

이 기사는 고정혁 기자가2016년02월29일 16시55분에 최종 입력하였습니다. 총 9492명이 방문하여 읽었습니다.

글: 김진목 | 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역임, 현재 진영제암요양병원 병원장, 대한민국 숨은명의 50, ‘통합암치료 로드맵’ 등 다수 저술


암 진단을 받고 나면 이제 남은 것은 암과 어떻게 싸울지, 즉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일이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의료진은 암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 병기, 발병 부위 등 다양한 요건을 고려해서 치료의 방법과 순서를 결정한다. 많은 경우에는 이 세 가지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치료 효과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즉, 통합치료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암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을 두고, 육해공군 장군이 모여 전략을 꾸미는 합동참모본부 회의에 비유하기도 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이 중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방법만으로 치료를 할 수도 있고, 호르몬 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수술, 항암화학치료, 방사선 치료 모두 몸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는 치료법이다. 또한 암세포 치료 중에 역시 증식과 변이를 일으키며 변화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그러므로 암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상황을 관찰하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암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들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 암의 발생 부위
고형암이냐? 비고형암이냐?
첫째, 암이 발생한 부위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서 암은 고형암과 비고형암(혈액암)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고형암은 간, 폐, 유방 등 장기에 암 종양이 발생할 것을 말한다. 암세포가 종양을 이룬 형태가 분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비고형암은 혈액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형태가 분명하지 않다. 백혈병 같은 암종이 비고형암에 분류된다.

고형암인 경우 가장 먼저 고려되는 치료법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만약 병기가 높거나, 암이 다른 곳으로 퍼졌거나, 종양이 자란 위치가 수술로 제거하기 위험한 곳이거나 하는 이유로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수술 외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도 수술 후에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나, 수술 과정에서 장기의 손상이 커질 경우에는 다른 치료법을 시행해서 종양을 없애려고 노력하거나 또는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에 수술을 시도하곤 한다.
‘환자의 삶의 질’이 중요해지면서 치료 후의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최대한 적게 남기는 방법으로 치료 방침이 바뀌는 추세다.

이에 비해, 비고형암은 초기라 하더라도 항암제를 투여하는 항암화학요법이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사용된다.

■ 암의 조직학적 분류
암을 진단할 때 암세포를 떼어서 조직검사를 하는데 같은 부위에 발생한 암이라 해도 암세포의 조직 모양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조직학적인 차이가 병의 진행 속도와 치료 방법, 예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 소세포 폐암(small cell lung cancer, SCLC)과 소세포 폐암이 아닌 다른 종류의 폐암들을 통칭하는 비소세포 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 NSCLC)으로 나뉜다. 소세포 폐암은 비소세포 폐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해질 이상으로 인한 의식저하나 근육 손상 등 특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조직학적으로 차이가 있다면 치료 방침 역시 달라져야 한다. 비소세포 폐암은 가능한 수술을 해서 종양을 떼어내려고 하지만, 소세포 폐암은 대부분 항암화학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선택한다.

■ 암의 병기
암의 병기는 암의 진행 정도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병기는 암세포가 자리 잡은 상태와 크기, 전이 유무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며 1기부터 4기까지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1기는 전이되지 않은 상태, 2기와 3기는 림프절 전이 및 암세포가 주변 세포에 침투된 상태, 4기는 다른 장기에 전이된 상태로 볼 수 있다.

암 종류에 따라 치료의 기본원칙이 모두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형암 1기인 경우에는 수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전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로 종양을 들어내는 치료법이 선호된다. 하지만 주변 세포에 세포가 침투했고,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2~3기의 암은 상황에 따라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가 모두 적절하게 사용된다.

4기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항암화학요법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데, 이는 완치를 목표로 한다기보다 종양이 자라고 퍼지는 속도를 늦춰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다.

■ 암의 조직학적 특성
종양 주위에는 일반적으로 혈관이나 림프관이 발달되어 있어 종양이 커지면 이러한 주위 정상 조직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로 종양을 떼어내어 현미경으로 보거나 또는 CT (컴퓨터 단층촬영) 같은 영상검사에서 보면 종양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조직을 침투하거나 혈관, 신경 등을 침범하고 있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림프절의 단단한 막을 종양이 뚫고 바깥으로 나왔는지에 따라서 주위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한 종양세포가 흩뿌려져 있는지를 가늠한다.

이렇게 종양이 같은 병기라고 할지라도 종양이 주변 조직을 침범했는지, 전이된 림프절이 몇 개인지 또는 혈관, 신경 같은 중요한 조직이 침범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치료방침이 달라지고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술이나 조직검사에서 얻은 조직에서 암 종양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살피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돌연변이가 있는 부위가 치료의 표적 부위가 되어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환자의 활동성, 즉 건강상태
포로를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하려고 하더라도, 우리 군의 공격에 포로들이 먼저 다치고 죽을 상황이라면 작전을 펼칠 수 없다. 수술, 항암화학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이겨낼 수 없을 만큼 몸이 약한 경우, 혹은 특정 부작용이 심한 경우 등에는 치료의 방침을 다르게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술 받을 수 있는 암종과 병기이지만, 환자가 평소 호흡기나 심장질환이 있어서 전신마취를 견딜 수 없다면 수술을 시도할 수 없다. 이럴 땐 차선책으로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사용한다. 또 항암화학치료 중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너무 쇠약해졌다면 치료를 멈추고 체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 환자의 병력
환자가 이전에 여러 이유로 현재 치료하려는 부위에 같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치료를 결정하는데 참고해야 한다. 수술인 경우 몸에 부담을 더 줄 수도 있고, 약물치료인 경우에는 내성이 생겼을 수도 있다. 폐암으로 이미 일부분의 폐를 제거한 적이 있다면 반대편 폐에 또 암이 발생하였을 때 다시 수술을 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고, 방사선치료를 받은 간이나 장에 다시 방사선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 심장병, 뇌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도 혹시 모를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므로 수술이나 화학치료를 시행할 때 참고해야 한다.

위의 항목들은 암의 치료 방침을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주요 상황들이다. 이를 통해서 어떤 치료법을 가장 먼저 사용할지, 또는 어떤 치료법을 제외할지, 치료의 강약 등을 결정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환자의 상태나 치료와 관계된 다양한 제반 여건들도 빠짐없이 살피고 검토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결론적으로 치료 방침은 암의 특성과 환자의 상태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