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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옥구들방의 겨울철 먹거리 탐방
임정예 기자 입력 2016년 02월 29일 16:40분14,344 읽음
보통 몸에 좋은 보양식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고기나 바다에서 나오는 어패류 중에서 특별하고 희귀한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몸에 좋은 것은 햇볕에 잘 말린 채소와 같은 식물들이다. 농작물이 햇볕에 말라가는 과정에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지고 또 수분이 날아가고 말라가는 과정에서 식물 고유의 영양소가 응축된다. 그렇기 때문에 햇볕에 잘 말린 식재료는 영양소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들은 생것을 그대로 말리지만 또 어떤 것들은 한번 삶은 후에 말리기도 한다. 제철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데 겨울에는 딱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제철 농작물이 없기 때문에 봄부터 겨울에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준비한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과학의 발전 때문에 하우스 농사를 짓거나 다른 인위적인 방법으로 과일이나 채소를 농사지을 수 있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그렇게 만들어진 농산물은 매우 귀했고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겨울에 음식을 저장하지 않고서는 무사히 겨울을 보내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겨울에도 원하는 농작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만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 보자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 건강을 무시하고 편리함과 입맛에만 따른다면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암이나 당뇨, 고혈압과 같은 지병이 늘어났다. 결국 건강을 생각한다면 제철에 나온 음식을 먹고 겨울에는 우리 조상들이 해왔던 것처럼 저장된 음식을 섭취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오직 자연에서 나온 음식만 먹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섭취하는 양을 줄이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음식을 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한 생활을 지낼 수 있다.

황토옥구들방에는 거대한 저장고가 있다. 이 저장고는 아주 거대한 냉장고인데 선조들이 저장을 위하여 장독대를 이용했다면 이곳은 저장고를 이용하는 차이가 있다. 봄부터 농사지은 수확물을 그때그때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겨울에 섭취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설이다. 햇볕에 건조한 수확물은 냉장이 되는 시설에 보관하고 건조가 불가능한 농산물은 냉동고에 저장한다. 단호박 같은 농산물은 건조시켜서 저장할 수 있지만 건조된 단호박으로 호박죽을 끓이면 호박죽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없다. 단호박, 늙은호박, 비트 등은 그래서 냉동 보관한다. 그러면 맛과 풍미를 그대로 살릴 수 있다. 또 옥수수는 밭에서 수확하는 즉시 삶아서 냉동시킨다. 옥수수는 밭에서 따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즉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맛이 변한다. 한마디로 부지런하지 않으면 맛없는 음식을 겨울에 먹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는 수확한 후에 먹고 남는 것들은 토마토소스를 만들어서 냉동시킨다. 토마토는 음식의 양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소스를 만들고도 남는 것은 냉동시켰다가 주스로 만들어 먹는다. 비토도 냉동저장한 후에 주스로 만들어 섭취한다. 홍고추와 풋고추 등은 냉동하여 보관하는데 그럭저럭 맛을 잃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겨울철에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저장음식은 아무래도 장아찌 종류이다. 장아찌를 담글 수 있는 농산물은 꽤 많다. 깻잎, 마늘, 비트, 참외, 비트, 풋고추, 고춧잎, 매실, 야콘, 노각 등인데 잘 담근 장아찌는 겨울에 입맛을 돋운다.

그 어떤 보양식보다도 몸에 보약이 되는 음식은 겨울에 먹을 수 있다. 시래기, 고구마순, 무말랭이, 가지, 토란대, 애호박, 꽈리고추는 모두 제철에 재배하여 겨울을 대비하여 햇볕에 건조하는데 이런 것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보양식보다도 몸에 좋은 작용을 한다. 값이 싸고 하찮게 여겨질 지도 모르지만 우리 몸을 보하는 영양소를 듬뿍 담고 있다. 자연에 가까울수록 우리 몸은 건강을 향하게 된다.



이렇게 장아찌를 만들고 햇볕에 건조시키고 하는 작업들은 모두 황토옥구들방의 원장이 직접 한다. 봄, 여름, 가을 내내 농작물을 수확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작업을 하지 않으면 겨울을 나기 어렵다. 그래서 황토옥구들방에 가보면 매일 수확한 농산물을 다듬어서 장에 담그고, 햇볕 말리고, 삶으면서 겨울을 준비한다. 결국 일 년 동안 겨울의 먹거리를 준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겨울철 먹거리의 가장 큰 백미는 아무래도 김장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김치 없이 밥을 먹기가 어려울 것이고 그만큼 김치에 온갖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다. 김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배추이다. 어떤 배추를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김치의 맛은 천양지차인데 이곳에서 농사지은 배추는 고랭지 배추이다. 어차피 산 속에 위치하여 자연스럽게 고랭지 배추 농사가 된다. 고랭지 배추로 김장을 담그면 단맛이 들고 일 년이 지나도 무르지 않고 아삭아삭 식감이 유지된다. 이곳의 김장은 밭에서 시작해서 밭에서 끝난다. 밭위에서 배추를 바로 뽑아서 소금으로 숨을 죽이고 이튿날 천연암반수로 씻어내고 양념한다.

양념에 들어가는 젓은 새우젓과 멸치젓을 사용한다. 멸치젓은 봄에 멸치를 사다가 항아리에서 곰삭히면 흐물흐물해진다. 그것을 달인 후에 체로 걸러 맑은 물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멸치젓은 매우 깊은 감칠맛을 낸다. 새우젓은 5월이나 6월에 직접 구입하여 새우 소금을 1:1 비율로, 여기에 소주를 적당히 섞어서 단지에 담아 여름 내내 삭힌다. 이렇게 손수 만든 젓갈과 함께 김치 양념을 만들어 저장고에 넣어두는데 올해는 1,500포기를 담았다. 이 김치는 일 년 내내 먹거리가 되고 묵은지가 된다.

겨울철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봄, 여름, 가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겨울철 먹거리를 준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으로 다시 건강을 회복해 가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박경자 원장은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여러 방식으로 겨울을 대비하였다. 현대 사회의 이전의 생활양식을 살펴보면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은 오직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마치 동화 속 개미의 모습이 바로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겨울은 두려운 계절이고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황토옥구들방의 겨울철 먹거리는 선조들의 전통적인 겨울철 먹거리를 만드는 방식 바로 그것이었다. 몸을 보양하고 가장 자연에 가까운 음식이 한결같이 늘 준비되어 있는 곳이 바로 황토옥구들방이다.
월간암(癌)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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