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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을 높여 주는 완화의료 시스템
김진하 기자 입력 2015년 12월 30일 19:05분12,518 읽음
암을 진단받는다는 것은 매우 슬프고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암에 대한 진단을 ‘선고한다’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의료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암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완치하는 암환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암은 생활 속에서 투병해가는 하나의 만성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운이 좋아서 성공적인 투병을 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또 암의 발병 부위와 암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아주 많은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암은 치료의 개념을 벗어나서 관리의 개념으로 투병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의료시스템 또한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사회적인 장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완화의료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완화의료는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야 법안이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위한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도 완화의료 병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암만 보고 치료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치료방법은 필연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환자에게 일으키고 그에 따라서 삶이 질이 현저하게 저하됩니다. 하루를 살아도 평온하게 살고자하는 마음이 기본적인 본능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시행하는 전통의학은 그에 반대로 우리에게 작용합니다. 완화의료는 이런 전통의학의 가장 큰 단점 중에 하나였던 삶의 질이라는 관점을 환자에게 도입하여 병의 치료와 더불어 환자의 생활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진행되는 의료 시스템입니다.

암이라는 병은 어느 날 생기고 또 갑자기 사라지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완화적인 치료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유럽이나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는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암환자에게 적용하여 어느 시점이 되면 암환자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면서 환자의 치료를 병행하여 왔습니다. 이제 우리도 그와 비슷한 법안이 정비되었으므로 어찌 보면 투병하는 분들에게는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완화의료에 대한 거부반응 때문에 시설 이용률이 다른 국가에 비하여 매우 저조한 편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총 60개 정도의 완화의료 병원과 약 1,000개 정도의 병상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 한해에 암과 관련된 질환으로 임종하는 분들의 약 12% 정도만이 완화의료 시스템을 이용합니다. 즉 10명 중에 1명만이 그나마 임종의 시기가 다가왔을 때 편안한 상태에서 마음과 영적인 위로를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통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간혹 완화의료 병동을 다녀 보았는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 매우 밝고 평온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각자의 종교에 맞는 신상생활을 하고, 거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햇볕을 쬐면서 운동을 하고 통증이 심한 분들은 그에 맞는 진통제를 의사가 처방해주며 일하는 의료진들 또한 삶에 대한 봉사로 가득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암이라는 병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매우 긍정적으로 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암들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완화의료는 비록 말기암환자에게 적용되지만 중점을 두는 것은 암이라기보다는 암을 안고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의 마음, 영혼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진단과 동시에 완화의료 프로그램이 환자에게 적용됩니다. 국내의 시스템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또한 사회가 점점 더 발전하면서 암보다는 암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의미를 두고 치료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합니다. 지금이나마 완화의료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진 것을 환영하면서 암과 투병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월간암(癌)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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