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암발생 추진하는 동력 돌연변이가 아닌 진화
고정혁 기자 입력 2015년 10월 29일 15:40분16,345 읽음
암 발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 무작위 돌연변이의 누적이 아니다
돌연변이가 누적되어 암이 발생한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부정하고 그 대신 세포 개체군에 작용하는 진화적인 압력으로 인해 암이 발생한다는 새로운 주장이 최근에 발표된 논문을 통해 제기되었다. 기본적으로 이 논문은 조직 환경의 생태계가 건강하면 건강한 세포들이 악성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세포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가 있지만, 조직의 생태계가 노화나 흡연이나 여타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변하면 악성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세포들이 갑자기 가장 강건한 놈이 되어 자연선택을 통해 개체수가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 발생에 대한 이 새로운 생각은 암 치료와 약물 디자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암세포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을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는데, 만약 암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뿐만 아니라 인체의 생태계라면 우리는 암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 건강한 세포의 능력을 진작시키는 치료방식과 생활양식에 우선순위를 두어야만 하게 될 것이라고 논문의 선임저자로 콜로라도 대학교 암 센터의 기초과학 담당 부소장인 제임스 데그레고리 박사는 말했다.

새로운 모델은 암 연구에 있어서 오랫동안 의문으로 남아있던 페토의 역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페토의 역설은 만약 암이 무작위적으로 생기는 돌연변이 때문에 생긴다면 세포가 더 많은 덩치가 큰 동물들은 일생 중 더 일찍 암에 걸릴 위험이 커야만 하지만, 이와 달리 체구와 수명이 각양각색인 포유동물들은 모두 다 일생 중 늦은 시기에 주로 암에 걸리는 듯하다는 것이다.

흰수염 고래는 생쥐보다 세포가 수백만 배나 더 많고 수명도 약 50배나 더 길지만, 흰수염 고래가 일생 중 암에 걸릴 위험은 생쥐보다 더 크지 않다고 데그레고리 박사는 말했다. 데그레고리 박사와 콜로라도 대학교 암센터의 동료인 안드리 로즈호크 박사가 제시한 답변은 암은 돌연변이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진화가 건강한 세포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은 암세포의 생존과 성장을 선호하기 때문에 추가로 조직 환경에 노화와 관련된 변화를 필요로 하는 듯하다는 것이다.

잡초에 제초제를 뿌리기보다는 잔디밭에 비료를
아래의 2가지 진화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풀이 무성한 잔디밭에서는 잔디밭의 건강이 민들레를 막는 최선의 방책인데, 공룡이 살던 시절에는 환경이 거대한 도마뱀(공룡)을 선택했지만 별똥별이 떨어져서 환경이 변하자 그런 변화된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새로운 종의 동물들이 진화하는 것을 새로운 환경이 선호하게 되었다. 잔디밭부터 먼저 생각해보자. 건강한 세포는 건강한 인체란 생태계에 최적화되어있다. 그러나 노화나 흡연 같은 것으로 인해 조직 생태계가 변하면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흔히 그런 변화된 환경을 아주 능숙하게 이용한다고 데그레고리 박사는 말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건강한 조직의 건강을 받쳐줄 치료법을 개발하게 하는 데그레고리 박사의 제안은 잡초에 제초제를 뿌리기보다는 잔디밭에 비료를 주는 것과 같다.

데그레고리 박사의 모델은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가 반드시 세포의 건강을 증진시키지는 않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로 인해 그 타당성이 뒷받침된다. 실제로 건강한 세포들은 건강한 조직 환경에 너무나 최적화되어있어서 거의 모든 돌연변이는 건강한 세포들을 덜 건강하게 만들어버린다고 데그레고리는 설명했다. 예를 들면 어떤 암세포들은 발생 중인 종양의 중앙에 있는 산소가 결핍된 조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식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런 적응은 산소가 결핍된 조직에서만 이점이 될 수가 있다. 건강한 조직에서는 이런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들은 건강한 세포와 진화적인 경쟁에서 패배해버리고 암세포들은 경쟁에서 밀려나 사멸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억제되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게 살아남는다.

그러나 조직 환경이 변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런 의문이 공룡의 경우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6,500만 년 전에 따뜻하고 습기 찬 지구 환경은 공룡에게 유리했다. 한두 가지 포유동물이 그들 틈에 끼여 갈팡질팡했을 뿐이다. 그런데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서 생태계의 기본적인 역동성이 변해버렸다. 생태계에 이런 변화가 생겨서 그로 인해 결국은 털로 덮인 온혈동물이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노화와 흡연 등 암 위험 요인으로 조직 생태계 변하다
마치 새로운 성공적인 유전자 변화로 새로운 성공적인 종이 탄생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실례에서 보듯이 암의 경우와 같이 새로운 유전적 특질을 가진 개체는 이미 존재했을 수가 있고 생태계의 변화가 그런 개체들이 번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암 생물학자들은 이런 환경이 조직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켜서 이미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선택하게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대신 노화와 흡연과 같은 암 위험 요인들이 어떻게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생각을 지지해서 데그레고리는 줄기세포 풀(pool)을 본뜬 연구들이 조직 환경의 선택 압력이 줄기세포 개체군의 구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돌연변이보다 더 강력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화나 흡연이나 물려받은 유전자나 혹은 여타 다른 요인들로 인해 인체가 변하면 그로 인해 조직 생태계가 변해서 새로운 유형의 세포가 건강한 세포를 대체해버리게 된다고 데그레고리는 설명했다.
.
암이 생기는데 돌연변이와 여타 다른 유전자 변경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런 돌연변이가 어떻게 암을 유발할까? 그런 돌연변이가 난폭하게 날뛰는 암세포를 우연히 만드는 것은 아닐는지도 모른다. 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는 흔히 혹은 언제나 인체 속에 있었지만 그들을 억제하는 선택 압력에 의해 저지되었다. 즉 조직 생태계와 그 압력이 악성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세포가 건강한 세포들보다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게 만드는 쪽으로 변할 때 장기적으로 암세포 개체군이 건강한 세포 개체군을 압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금연과 같이 생활양식을 바꾸어서 그런 조직 변화의 일부는 피할 수가 있다. 유감스럽지만 노쇠는 영원히 지연시킬 수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과 치료법으로 조직 생태계의 특징을 강화해서 암을 더 오랫동안 더 잘 저지할 수 있도록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출처: A. I. Rozhok & J. DeGregori "Toward an evolutionary model of cancer: Considering the mechanisms that govern the fate of somatic mutations" Proc Natl Acad Sci U S A. 2015 Jul 21;112(29):8914-21.
월간암(癌) 2015년 9월호
추천 컨텐츠
    - 월간암 광고문의 -
    EMAIL: sarang@cancerline.co.kr
    HP: 010-3476-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