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명왕성이라는 별을 생각하며
구효정(cancerline@daum.net) 기자 입력 2015년 09월 30일 15:18분15,478 읽음
어렸을 적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태양계의 별들에 대하여 공부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태양 중심으로 총 9개의 별이 돌고 있으며 그 중에 지구는 세 번째 별이었습니다. 그때 시험문제를 맞추기 위해서 외운 게 있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9개 행성의 이름입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제일 마지막 행성이 명왕성이었습니다. 명왕성의 1년은 지구의 248년에 해당됩니다. 그 중에 20년 정도는 안쪽 행성인 해왕성보다 태양에 가깝게 공전합니다. 즉 타원을 그리면서 태양의 주변을 돌고 있으며 그 크기가 매우 작습니다. 2006년 태양계의 행성으로 인정받았던 지위를 잃었기 때문에 이제 아이들은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 아니라 ‘수금지화목토천해’ 이렇게 8개만이 태양의 가족이라고 외워야 됩니다.

그해 2006년 뉴호라이즌스라는 탐사선이 명왕성을 탐험하기 위해서 지구를 출발했습니다. 무려 60억Km에 가까운 거리를 10년 가까이 여행한 끝에 드디어 명왕성 근처에 도착하여 신비에 쌓여 있던 명왕성의 비밀을 캐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우주선이 태양의 끝에 도달하여 상상 속에만 있던 비밀스런 우주의 신비를 지구로 전송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왕성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인류는 또 우주 공간에서 또 하나의 업적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우주만큼은 아직도 상상의 영역입니다. 명왕성이라는 조그마한 별에 10년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우주공간을 날아서 인간이 만든 비행체가 도달하였지만 우주는 그 크기나 생김새를 우리의 능력으로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어떤 공간입니다.

우주에는 우리가 존재를 인식하기 어려운 물질이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말 그대로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지만 존재하는 어떤 물질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마치 유령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그런 존재가 우주를 차지하는 대부분이라는 과학자들의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도 없으며, 만질 수도 없고, 느낌도 없지만 모든 물질이 갖고 있는 중력이라는 성질만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물질입니다.

신비에 가득한 우주와 인간은 서로 닮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소우주에 비유합니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들에는 ‘나’라는 존재를 담은 유전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주는 한 치의 쉼도 없이 변화하고 우리 몸 또한 내가 느끼지 못하지만 한 치의 쉼 없이 분열하고 에너지를 만들고 소비하면서 변화합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나의 내면세계는 나의 몸과 관계하고, 나는 우주와 관계합니다.

모든 별은 궤도를 갖고 있습니다. 달은 지구의 주위를 돌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돌고, 태양은 은하계의 주위를 돌면서 고유한 궤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인간 또한 자신이 가야할 고유한 궤도가 있습니다. 가끔 길을 가다 보면 ‘도를 아십니까?’하면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분들이 이야기 하는 ‘도(道)’가 바로 인간이 가야할 궤도가 아닐까요? 물론 이런 분들을 쉽게 따라 가면 낭패를 보게 되겠지요.

내가 가야할 길을 스스로 개척한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우리 인간도 소우주이기 때문에 하늘에 빛나는 무수히 많은 별처럼 각자의 고유한 궤도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궤도가 순환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의 운명도 순환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리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어떤 성자는 이런 이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월간암(癌)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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