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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암(癌) 100호를 준비하면서
임정예 기자 입력 2015년 02월 28일 20:20분5,220 읽음
2015년 신년호 월간 암이 발행되면 100번째 책이 됩니다. 암환자를 위한 조그마한 책이지만 처음 발행하면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책이 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책 제작이나 인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말 그대로 맨땅에 머리를 부딪치는 심정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100호를 내게 되었습니다.

처음 월간 암을 발행했던 2006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낍니다. 당시 많은 암환자들이 제작을 도왔습니다. 편집 디자인을 맡아주는 암환자 가족이 있었고, 만화가였던 대장암 환자는 만화를 연재해주셨고 외국어에 능통하신 분들은 외국의 논문이나 자료를 번역해주셨습니다. 각 분야의 능력자들이 창간호의 주인공이었는데 지금은 남겨진 책과 사진, 그리고 추억 속에서만 그려보는 사람들도 계십니다. 많은 의료진과 암환자를 만났습니다. 암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의 슬픔도 지켜봤습니다.

암에 대한 인식은 처음 책을 발행할 때와는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암과 스트레스의 연관성 같은 것들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이 했던 말이 인상적입니다.
“아! 이러다가 암 걸리겠어.”
업무가 지속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암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투병 방법 중의 하나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암 치료에는 자연스럽게 식이요법과 몸과 더불어 마음도 치유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새로운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변화가 암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되는 것입니다.

암을 바라보는 사회의 불편한 시각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으며 암 검진을 받게 합니다. 암 조기검진을 위한 정기검사는 일반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암환자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맹목적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에 완치될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에 암조기 검진이 모두 폐지되어 불필요한 진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유독 암조기검진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갑상선암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 갑상선 암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암의 문제입니다. 0기나 전암 단계의 암을 수술, 항암, 방사선 등의 치료를 진행합니다. 0기 수준의 암은 몇 가지 생활 습관을 바꾸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더 합당한 방법입니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주는 정보와 결정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몸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고 늘어나는 암환자만큼 사회도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되어 갑니다. 저만 그런 느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성이 성숙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퇴보하고 야만스러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의 삶인데 천년만년 살 것처럼 모두들 지나친 탐욕을 부립니다.

최근 동영상 홈페이지 유투브에 올라온 이야기는 탐욕에 대해서 놀라운 교훈을 줍니다.
구걸하는 노숙인에게 100달러라는 거금을 지갑에서 꺼내주었습니다. 돈을 준 사람은 술이나 담배를 사서 쓸모없이 소비할 줄 알았는데 식료품점에서 음식을 한 가득 사와 주변의 다른 노숙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자신만을 위해서 그 돈을 다 쓸 수도 있었지만 100달러라는 행복과 기쁨을 다른 이와도 나누고자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그 노숙인을 보면서 100달러가 몇 만 달러의 값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몇 배, 몇 십 배가 된다는 간단한 진리를 그 노숙인을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노숙을 한다는, 그래서 가난하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상대방을 대하지만 그 사람의 착한 마음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주변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암과 함께 하는 삶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서고 점점 약해져 가기 때문에 실망도 하고 고통도 따르겠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내가 암환자입니다’라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면 일반인과 똑같습니다. 예전과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암에 걸려도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 50에 암이 걸렸는데 60이 넘었다면 성공입니다. 이런 분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암에 걸렸을 때보다 지금 더 건강하기 때문에 아마 70까지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암은 낫는 병이 아니라 내가 잘 다스리고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라는 인식입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아직까지는 투병 환경이 양호한 편입니다. 이 점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후한 점수를 줄만합니다. 그리고 암에 걸린 후에 삶을 다시 평가하고 더욱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성공입니다.

월간 암이 언제까지 발행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암이 고칠 수 있는 병이 되어서 더 이상 고통스런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누구도 영원한 삶을 지속할 수 없지만 일순간에 행복과 일상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병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암환자가 된다면 암은 우리에게 삶의 완성을 예고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차분한 마음으로 대응한다면 평온함을 유지하면서 지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에는 언제나 느긋하고 평화로운 시간으로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구독자님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월간암(癌)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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