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언제나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고정혁 기자 입력 2014년 10월 31일 18:38분196,802 읽음

예수님은 12명의 제자 가운데 베드로에게 특별한 임무를 주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에게 위탁 받은 교회의 수장으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로 이끄는 사목(司牧)의 권능을 받들어야 했습니다. 베드로는 로마에 교회를 세우고 초대 교황이 됩니다. 교황의 역사는 예수님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66대 교황으로 2013년 3월에 선출되었습니다. 그분이 우리나라에 약 5일간 머물면서 남긴 자취는 깊은 감명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과는 매우 다른 점이 많이 있습니다. 유럽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이 교황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더구나 아메리카 대륙에서 교황이 처음으로 선출 되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수도회 중에 하나인 예수회 출신의 최초 교황입니다. 그분은 청렴하고 검소하다는 성품이십니다. 교황이 된 후에도 관저에 머무르지 않고 교황청 근처의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하며 음식도 손수 하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84년 처음으로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였습니다.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새롭게 생긴 군사 정권에 의해 많은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이 극심한 고초를 겪고 있었으며 억압에 짓눌려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러한 때에 교황의 방문은 숨통을 틔어 주는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황이 몇 십 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 방문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올 초부터 연이어 터진 커다란 사건들은 이제 헤아리기조차 힘들며 사고 하나가 터질 때마다 생명들이 허무하게 사라져갔습니다. 너무 많은 사고가 비정상적으로 터지면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아주 커다란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나 혹은 내 가족 또한 그러한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개인의 삶을 옥죄고 있으며 사회는 시름시름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시내 한복판에서 식사를 거부한 채 사고의 원인을 알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분들에게 비수를 꼽으며 막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교황은 그런 분들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고 애틋한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아픔을 보듬고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을 찾아가서 사랑에서 비롯되는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예수님이 했던 말이 다시금 우리를 일깨워 줍니다.

"이웃을 사랑하라"

아주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그러나 인류가 만든 '경쟁'이라는 시스템은 효율적이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매우 위험합니다. 마음속에 사랑은 없고 오로지 경쟁만 있다면 우리는 매일매일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것이 될 것입니다. 교황이 우리에게 보여준 메시지는 예수님이 했던 말처럼 매우 간단합니다. 이것을 알고 또 행동에 옮기고 그러한 생활을 지속시키는 일이 우리 삶의 목표입니다.

암에 걸리는 일처럼 일순간에 가난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 순간 누군가에 기대어 허물어져 가는 마음이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무엇이라도 부여잡고 있어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은 계속해서 나의 몸과 마음을 침범하여 일어설 수 없는 절망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게 되면 우리 삶의 끝은 허망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서 시간이 멎을 수도 있는 노릇입니다. 내가 아픈 만큼 남의 아픔을 돌아보며 서로를 위로할 때 진정한 삶의 기쁨을 알게 됩니다.

가난한 게 죄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속에 부자연스러운 기쁨을 만들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들 아픈 사람들을 멸시하고 조롱하여 웃음 띤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큰 죄가 아닐까요. 아마도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우리의 이러한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하여 세상에 나오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쾌적함 속에 밝은 햇살을 느끼며 걷기에 좋은 날씨입니다. 또 주어진 하루, 한 달을 살면서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좀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이번 교황의 방문이 나의 건강, 다른 사람의 건강 또 우리 사회가 밝은 건강함으로 변모해갈 길잡이가 되어갈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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