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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으로 얻은 희망과 즐거움
김진하 기자 입력 2014년 09월 30일 13:52분218,127 읽음
제가 물에 빠진 장소는 동네 목욕탕이었습니다. 아마도 장난을 치다가 물에 빠졌던 듯합니다. 탕에 앉아 “아! 시원하다”를 연발하며 즐거움을 만끽하던 삼촌은 뒤늦게야 알아채고는 꺼내어 가슴을 쿵쿵 아프게 두드리고 이상하게 입에 뽀뽀를 하며 숨을 훅훅 불었습니다.

당시에는 매우 위중한 병만 병원을 가던 시절이라 그렇게 삼촌과 부모님의 민간요법으로 폐에 들어간 물도 빼내고 다시 숨도 쉬고 했지만 며칠을 기운 없이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키보다 깊은 물에는 들어가지도 않았고 물가에 앉아 헤엄치며 노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만 했습니다. 물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자라서도 수영을 못해 큰 불편을 겪지도 않았고 다만 물놀이 가서 재밌게 놀지 못한다는 아쉬운 정도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나니 부모 욕심으로 나는 수영을 못하지만 아이들은 혹시라도 물놀이 사고라도 생길 수 있으니 수영 정도는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섯 살이 되자마자 수영장에 보냈습니다.

삼촌네에 놀러가서 아이들은 수영장에 다닌다고 자랑하니 삼촌이 불쑥 너희 아버지는 깡통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고 옛날 얘기를 하며 한바탕 웃었지만 왠지 치부를 아이들에게 드러낸 듯한 낭패감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에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중국의 이안 감독이 만든 “파이 이야기(Life of Pi)”라는 영화였는데 주인공의 삼촌이 파이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꼬맹이였던 파이를 물속에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게 수영을 익힌 주인공은 배를 타고 이사를 가면서 배가 난파당합니다. 그 배에서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의 이야기이지만 영화의 장면과 내용은 신비스럽고 추상적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만약 수영을 하지 못했더라면 물에 빠져서 죽었을 겁니다.”

수영과 관련된 몇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수영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시(市)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일주일에 두 번 진행하는 저녁반을 신청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수영장을 찾았습니다. 처음 물에 들어갔을 때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던 두려움이 한순간에 몸을 둘러싸 조금도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물을 먹는 일이 되었고 한동안 진도 대신 물만 먹다가 입과 코와 귀에 물이 들어오는 감각에 익숙해지면서 5미터쯤 나갈 수 있었습니다. 25미터의 수영장은 축구장보다 더 아득하게 멀었는데 끝까지 가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습니다.

몸에 힘을 풀어야 하는데 물에만 들어가면 긴장이 되어 절로 힘이 주어지는 바람에 강습이 끝나고 나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힘을 빼고 이완된 상태까지 가는데는 6개월이 걸렸고 그 즈음에야 수영이 참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은 흉내 내고 있고 아이들과 같이 놀아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영을 배운지 이제 일 년이 되어가며 만나게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몸을 드러내는 운동이라 큰 수술 자국이 남아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병 때문에 수영을 시작했고 투병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더 건강해지고 활력이 생겼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십니다.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수영으로 얻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합니다. 수영을 할 때도 즐겁고, 끝나고 나면 느끼는 상쾌함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늘 몸이 약하고 병을 달고 살다가 수영을 하면서 체력이 좋아지고 활기를 얻어 사는 게 즐겁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암 수술을 하고 나서 문득 거울을 보니 심하게 마르고 앙상한 자신의 모습에 몹시 상심했다가 집 앞에 있는 수영장이 눈에 띄어 찾아온 암환자도 있습니다. 초라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망설이다가 큰 맘 먹고 수영을 시작했는데 처음 물 위에 떠서 앞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합니다. 잃어버린 자신감과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답니다.

서서히 몸을 회복하는 단계에 있다면 새로운 취미로 수영을 배우시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건강의 위기에 처했다가 운동으로 시작한 사람은 물살을 가르며 병으로 생긴 우울함과 고통을 떨쳐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힘차게 헤엄쳐 나가는 것입니다.
월간암(癌)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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