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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건강밥상 - 아픔을 치유하는 힘, 사랑
고정혁 기자 입력 2014년 08월 31일 11:48분239,694 읽음

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이야기가 있는 건강밥상, 한식

사노라면 때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마주하거나 뜻하지 않은 불행에 직면하게 될 때가 있다. 어떤 이들은 국가적 비극이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기도 한다. 6월에는 유독 역사적인 큰 사건들이 있기도 했지만 최근의 참사들을 접하면서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를 외세의 침략과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역사, 한의 역사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반도의 지리적, 국제 정세적 특성상 외세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고 숱한 견제와 괴롭힘 속에서 고통 받던 한민족은 일제 치하를 거쳐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빠른 경제 성장과 투쟁을 통한 민주화를 이루었으며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가치를 가진 나라로 성장시켰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자랑스러움은 너무 다양한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세계에 알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더해 그 속에 치유 받지 못한 아픔 또한 간직하고 있다.

슬픔과 아픔의 범주에 속하는 한(恨)은 매우 한국적인 정서로 우리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도 원(怨, 寃)이라는 유사어만 있을 뿐 한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원과 한에 가까운 영어 단어로 'regret(유감)', 'resentment(원망)'·'rancour(敵意)'라는 단어가 있지만 의미상으로 거리가 멀고 오히려 분개나 분통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왜 우리에게 한이 생겨난 것일까? 전문분석 자료를 보니 한국적 한이 생겨난 원인으로 불안과 위축의 역사, 유교 중심의 사상이 빚은 계층의식, 남존여비사상에서 비롯된 여한, 가학적 사대부와 피학적 민중의 한 등을 언급하고 있다. 끊임없는 내란과 외침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삶, 자유가 억압되고 강요당하는 미덕,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피해의식, 소외감, 이해관계가 얽힌 다툼까지. 대면하여 풀지 못하고 새로운 길을 통해 풀려고 애썼다. 이 과정에서 해학이 나오고 전통 예술의 분야에서 이는 큰 가치를 지니지만 정작 풀어지지 못한 한은 고스란히 개인과 개인, 우리 민족에게 상처로 남아왔던 것이다.

서양인들이 불만이나 납득되지 않는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 직접 대립하여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반해 우리는 어려서부터 개인감정은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것이 예의고 참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파도 참고, 슬퍼도 참고, 억울해도 참고, 대의를 위해 소의가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물론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양보하고 배려하고, 나 하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행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심사숙고한 결정에도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면 각자의 몫이니 알아서 감당하라 할 것이 아니라 다독여주고 위로해주고 그 아픔을 치유하고 새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일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고 가족과 주변인, 민족과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인간애는 더 나아가 동물과 자연을 포함한 큰 사랑으로 확대될 수 있다. 거창한 것 같지만 돌고 도는 세상이니 나부터 선순환의 고리를 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편승해 나부터 잘 살고 보자는 이기심을 조금 내려놓고 주변을 살피며 넘어진 사람도 함께 가자고 부축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려고 한다. 사랑이 나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내 마음에서 그런 사랑이 무한하게 나올 수 있음은 또 얼마나 감사한지.

피할 수 없는 아픔에도 치유할 힘을 얻고 다시 살아가게 되는 사람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또 돌려줄 것이고 그 사랑의 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의 마음을 또 어루만지고 있을 것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마음을 나눠야하고 사랑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고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것도 사랑이고 나를 돌아보고 검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사랑이며, 타인에게 혹은 내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 갖는 관심도, 이 시대를 향한 고민도 사랑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행위의 원인이 결국 만족스럽게 잘 살기 위한 것이다. 비뚤어지지 않고 제대로 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타인의 아픔도 공감하고 살펴주는 마음 또한 지녔을 것이니 이 사랑의 힘으로 서로 치유하면서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노력했으면 좋겠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기고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지만 따뜻한 밥 한 끼로 다시 힘을 내봐야겠다.

근대유부국


[재료 및 분량]
- 근대 300g, 유부 5장, 청양고추 1개, 된장 2T, 표고가루 1T, 고추장 1T, 물 7C

[만드는 법]
1. 근대는 잘 씻은 후 뒷면의 질긴 섬유질을 제거하고 적당한 길이로 썬다.
2. 유부는 끓는 물에 데쳐 기름기를 제거한 뒤 찬물에 행구고 0.5cm 정도의 폭으로 자른다.
3. 청양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고 잘게 다진다.
4. 냄비에 물을 붓고 끓이다 된장을 풀고 표고가루를 넣어 한소끔 끓인 뒤 근대를 넣고 10분 정도 더 끓인다.
5. 고추장과 유부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 다음 다진 고추를 넣고 그릇에 담아낸다.

알타리장아찌

[재료 및 분량]
- 알타리 무 250g, 홍고추 2개, 청량고추 3개
- 초절임간장 : 진간장 ¼C, 식초 ¼C, 설탕 2T, 소금 ½t

[만드는 법]
1. 알타리무는 다듬어 씻어서 1cm 정도의 두께로 썬다.
2. 홍고추, 청양고추도 씻어 썬다.
3. 간장, 설탕, 소금을 넣고 끓으면 식초를 넣고 식힌 다음 알타리에 부어 익힌다.

소라무침

[재료 및 분량]
- 소라 5개, 미나리 100g, 오이 1개, 양파 ½개, 홍고추 ½개
- 양념장 : 고추장 2T, 식초 1T, 설탕 1T, 매실청 ½T, 다진 마늘 ½T, 참기름 ½T, 깨소금 ½T, 통깨 약간

[만드는 법]
1. 소라는 소금물에 해감한 뒤 끓는 물에 넣어 15분 정도 삶는다.
2. 삶은 소라의 내장을 제거하고 얄팍하게 썬다.
3. 미나리는 깨끗이 씻어 5cm 정도의 길이로 썰고 양파는 가늘게 채 썰고, 오이는 반으로 갈라 어슷썬다.
4. 홍고추는 씨를 빼고 어슷하게 썰고 양념장을 만든다.
5. 소라와 채소를 섞은 뒤 양념장에 고루 무친다.

월간암(癌) 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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