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성공보다는 윤리가 필요한 시대
장지혁 기자 입력 2014년 08월 31일 10:52분237,958 읽음
이나 군주의 최고 덕목이 도덕성이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중국의 맹자가 위나라 양혜왕과 대화한 대목에서 군주의 도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롭게 해주시겠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맹자는 이런 답을 하였습니다.
“왕께서는 왜 하필 이(利)를 묻습니까? 왕께서 어떻게 내 나라에 이득을 취할 것인지 하시면 귀족들은 어떻게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 할 것이고, 백성들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할 것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이로움만 추구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맹자가 우려했던 윤리적인 문제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점을 이룬 듯합니다.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앞뒤, 불물을 안 가리고 이득을 취하기에만 열중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도태 되고 그것은 결국 죽음이라는 공식이 현대 사회의 딜레마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성공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그룹으로 돌리고 실패는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 해졌습니다. 생존의 한 방법이라지만 참으로 비겁하기만 합니다. ‘내 탓이오’라고 하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알게 모르게 남에게 필연적으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최근 터지고 있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는 우리의 이러한 비윤리적인 모습이 표면 위로 올라 와 더 이상 이러한 사회적 구조를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는 그 구성원들 또한 병들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건강과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건강을 챙겨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커다란 희생을 치르면서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깊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희생의 대가는 예나 지금이나 약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희생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권력이나 부를 쟁취하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권력이나 부유함이 주는 혜택과 편리함이 우리를 자꾸만 그 쪽으로 이끕니다. 남들과 다른 특권을 누리고 싶은 욕망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우체국처럼 평범한 곳에서도 그런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번호표를 뽑지 않고 새치기하는 것은 그저 바빠서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지만 우편물을 접수하는 직원에게 자신의 특권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우편물부터 처리하라는 처사는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화가 나게 만듭니다. 그 사람이 말하는 특권은 그저 우체국과 계약이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계약이 번호표를 뽑고 30분 이상 기다리는 사람들보다 먼저 처리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또한 계약이 되어 있지만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후에 차례가 되면 우편물을 접수합니다. 우체국 직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 사람의 우편물을 먼저 접수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법과 원칙을 지키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사람의 행동은 남들보다 빨리 간다는 성취감을 줄지는 몰라도 매우 비윤리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에 저는 우체국 직원에게 감정적이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자신의 차례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데, 왜 이 사람부터 접수를 합니까? 계약한 사람들도 모두 번호표 뽑고 기다리라고 하세요!

만약 제가 없었다면 그 분은 그날 우체국에서 성공을 한 날이었을 것입니다. 그 성공은 번호표를 뽑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당하고 있는 많은 선량한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조차 모른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일들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아주 사소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매우 큰 문제를 만듭니다. 부정부패는 우리의 양심 속에 아주 작은 씨앗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씨앗은 스스로 자라지만 주변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습니다. 우리 사회가 개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부정부패라는 씨앗에 거름과 비료를 주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하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커다란 참사가 터진 것이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사회가 건강해지면 자살이나 암 발병과 같은 몸과 마음의 병이 확연히 줄어들 것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나 암발병률이 가장 크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든 사회인지를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여기저기서 커다란 사고가 생겨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합니다. 그동안 쌓여온 비윤리와 부정부패의 도가니가 한 번에 터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운 것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 암과 투병하고 있는 분들 또한 다시 건강을 찾기 위해서는 건강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학교 성적표처럼 암의 완치율을 통계로 만들기 보다는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즐겁게 삶을 누리고 있느냐 또한 지표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제 성공보다는 윤리적인 생활양식이 정말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윤리적인 사람들이 존경 받고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맹자가 군주의 가장 큰 덕목으로 도덕성을 강조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의 비윤리적인 모습이 아랫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사회 전체가 비윤리와 부정부패로 이어져 종국에는 국가의 존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월간암(癌) 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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