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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건강 밥상 - 맑아진 하늘, 나무 심는 마음
고정혁 기자 입력 2014년 06월 30일 19:48분276,167 읽음

김향진 | 음식연구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채소소믈리에

이야기가 있는 건강밥상, 한식

청명(淸明).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음력으로는 3월에, 양력으로는 4월 5~6일 무렵에 드는데 한식(寒食)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일 수 있고 식목일도 같은 날이다.

농사를 업으로 삼는 이들은 이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고 봄밭갈이를 하는데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속신이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어떤 지역에서는 청명에 나무를 심었다는데, 특히 '내 나무'라 하여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기도 했단다.

한식은 예로부터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로 일컫는다. 고려시대에는 한식이 대표적 명절로 숭상되어 관리에게 성묘를 허락하고 죄수의 금형(禁刑)을 실시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민속적 권위가 더욱 중시되어 조정에서는 향연을 베풀기도 하였다. 이날은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옛 습관에서 한식이라 이름 붙여졌는데 시대와 삶의 모습이 바뀌면서 단오와 함께 최근에는 그 의미가 대폭 축소되어 여전히 성묘를 가는 소수의 사람들 말고는 명절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식목일이 지정된 직접적인 계기는 1910년 4월 5일 순종이 친경제(親耕祭)를 거행하면서 손수 밭을 갈고 직접 나무를 심었던 데 있지만, 24절기의 하나인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한데다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이루어낸 날과 조선 성종이 선농단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라는 의미도 있다.

꽃샘추위가 여전히 시샘을 부리지만 청명이라는 말 그대로 날씨가 좋은 날, 나무 한그루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단지 숲을 가꿔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겠다는 목적만이 아니라도 종이나 가구 등의 자원을 제공하고 과일이나 버섯 등 먹거리와 질병을 치료하는 약제, 석유와 석탄 같은 중요 자원을 만들어주기도 하며 지구 온난화와 자연재해를 예방해준다. 게다가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천연향과 산림욕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까지 편안하게 어루만져준다.

요리 연구를 하다보면 당연스럽게 건강한 식재료에 욕심을 내게 되는데,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찾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 현실이고 유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식재료를 얻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다 보면 정치, 경제에까지 그 생각이 미치게 된다. 시간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게 되는 것이 순리인데 결국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다.

우선 몸에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에 대해 구별하는 안목이 있어야하고 물건을 구입할 때 꼼꼼하게 살피고 조금 더 값을 지불하더라도 보다 나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일상 속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해 나가는 것.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를 살다보면 깨닫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한 식재료를 찾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러기 위해 실천되어야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식목일을 맞아 나무를 심는 것도 그 일환이다. 열년에 한그루. 충분치는 않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고향에 살 때는 앞마당에 감나무, 무화과나무가 있었고 삼촌을 따라 몇 번인가 묘목을 심어 본 기억도 있다. 아직 찬 기운이 있는 땅을 크게 한 삽 퍼내 자리를 잡아주면 그 다음부터는 내 몫이었다. 크지 않은 나무지만 뿌리가 깊게 들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파내서 나무를 묻고 흙을 덮어 발로 꾹꾹 눌러주고 잘 자라라고 물까지 주고 나면 끝나는 과정이지만 꽤나 공을 들였었다. 점차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나무를 심고 한동안은 아침마다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설레임도 있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는 뒷산에 나가 노는 것이 일상이었을 때는 노력하고 가꾸어야만 그것도 유지된다는 것을 몰랐지만 내가 심은 나무 한그루가 가져다줄 우리 삶의 변화가 얼마나 크고 값진 것인지를 아는 지금, 바쁜 일상이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으며 숲이 주는 선물을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업체나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참가해도 좋고 개별적으로 나무심기 적당한 곳을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맑아진 하늘, 푸르게 돋아나는 싹들과 피기 시작하는 꽃들도 보면서 봄의 기운을 느끼고 마음의 염원을 담은 나무를 심어보자. 나무가 자라는 만큼 내 염원도 쑥쑥 커나가길 바라면서 잘 자라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을 느끼다보면 감사할 일들이 참 많아진다. 계절이 바뀌면서 어김없이 가져다주는 많은 것들 중에서 직업상 식재료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번 달에는 쑥과 돌나물, 냉이를 이용한 음식을 준비했다. 자연에 보답하는 작은 실천으로 나무 한그루 심고 돌아온 저녁, 간소하지만 풍성한 상차림이 될 것이다.

애탕

[재료 및 분량]
- 쑥 60g, 다진 쇠고기 200g, 잣 1T, 홍고추 ½개
- 양념 : 소금 1t, 다진 파 1t, 다진 마늘 ½t, 깨소금 1t, 후춧가루 ⅛t, 참기름 1t
- 밀가루 2T, 달걀 1개, 물 5½C, 청장 ½T, 소금 1t

[만드는 법]
1. 쑥은 다듬어 씻고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고 곱게 다진다.
2. 다진 쇠고기는 핏물을 닦고 쑥과 양념을 넣어 고루 섞이게 주무른 후 고깔을 떼고 닦아둔 잣을 한 개씩 넣고 작은 크기의 완자를 빚는다.
3. 완자에 밀가루를 입히고 달걀물을 씌운다.
4. 냄비에 물이 끓으면 중불로 낮추고 청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완자를 넣고 조금 더 끓이다가 홍고추를 넣고 불을 끈다.


돌나물양송이볶음

[재료 및 분량]
- 돌나물 100g, 양송이버섯 10개, 홍고추 1개, 들기름 2T, 고운소금 1t,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 돌나물과 양송이버섯은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어 물기를 뺀다.
2. 홍고추는 꼭지와 씨를 제거하여 잘게 다지고 양송이버섯은 모양을 살려 반으로 썬다.
3. 팬을 달궈 들기름을 두르고 양송이버섯을 볶다가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4. 돌나물과 홍고추를 넣고 재빠르게 볶아 그릇에 담는다.


냉이두부구이

[재료 및 분량]
- 두부 1모, 냉이 150g, 소금 약간, 식용유 약간
- 양념장 : 간장 2T, 고춧가루 ½T, 고추장 ½T, 매실액 1T, 참기름 1T, 통깨 1T

[만드는 법]
1. 냉이는 손질하고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친 후 찬물에 담궜다가 물기를 뺀다.
2. 데친 냉이를 적당한 크기로 썰고 양념장을 만들어 조물조물 무쳐준다.
3. 두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소금을 뿌려둔다.
4. 두부의 물기를 닦아내고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노릇하게 지져낸다.
5. 그릇에 먹기 좋게 담아낸다.

월간암(癌)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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